KBS가 중국 CCTV와 손을 잡고 제작한 ‘임진왜란 1592’는 역사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 팩츄얼(factual)드라마라는 생소한 장르를 도입해 오락성과 교육성을 동시에 잡았다. 더불어 임진왜란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함으로써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지난 3일 1부를 시작으로 8·9·22·23일 5부작에 걸쳐 방송된 KBS 1TV ‘임진왜란 1592’는 기존에 없던 형식을 취했다. 매회 내레이션으로 내용을 개괄한 뒤 일반 사극과 같은 드라마를 길게 펼치고 짤막한 다큐멘터리로 끝을 맺었다.
다큐멘터리는 딱딱하고 드라마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 팩츄얼드라마는 이 둘의 단점을 모두 보완했다. 임진왜란 당시 한·중·일 삼국의 역사기록을 철저히 고증한 ‘임진왜란 1592’는 배우들의 명연기과 실감나는 연출로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갖췄다.
총 제작비 13억원으로 만들어냈다는 게 쉽사리 믿기지 않는다. 연출과 극본을 맡은 김한솔 PD는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불필요한 컷을 찍어 돈 낭비를 해선 안 됐기에 KBS에 있는 영상 자료를 이용했다”며 “그렇게 아낀 제작비는 전투장면 촬영과 CG에 쏟아 부었다”고 설명했다.
적은 예산을 들이고도 훌륭한 화면을 구성해낸 건 연출력의 승리였다. 전투신의 경우, 전체적인 상황을 담는 부감샷은 중간 중간 짧게 배치하고 대부분 군사들의 표정이나 내부 상황을 위주로 비추었다. CG를 최소화하면서 긴박감은 놓치지 않고 등장인물 개개인에 집중하는 효과까지 얻었다.
1·2부는 사천해전과 한산대첩을 중심으로 이순신(최수종) 장군의 치밀한 전략과 인간적 고뇌를 그렸다.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거북선이 일본 함선들을 하나 둘 깨부술 때 통쾌함이 밀려온다. 전투를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이순신 장군이 군사들을 불러 모아놓고 “너희가 죽지 않으면 조선이 죽지 않는다. 나에게는 너희가 조선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뭉클하다.
3부는 침략자 일본의 시점으로 옮겨간다. 국내 사극에서 단 한 번도 주요 인물로 그려지지 않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김응수)를 전면에서 다뤘다. 일본 측 사료에 실린 기록을 바탕으로 연출했다. 젊은 시절 바늘장수로 살며 ‘원숭이’라 놀림 받던 히데요시는 내면에 똘똘 뭉친 자격지심을 광기 어린 권력욕과 소유욕으로 분출한다.
애초에 한·중 우호 증진을 위한 기획이었던 만큼 4·5부는 중국의 시각으로 전환됐다. 명나라 군이 참전해 조·명 연합작전을 펼친 평양성 전투와 노량해전이 그려졌다. 일부 촬영은 중국 로케이션으로 진행돼 연출도 중국 PD가 맡았다. 엔딩은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최수종과 김응수의 열연이 작품을 한층 빛나게 했다. 사극 장인 최수종은 연륜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김응수는 욕망으로 뒤엉킨 인물의 악랄함을 능숙하게 구현해냈다. 이들 외에도 이철민, 정진, 백봉기 등 조연과 구석구석에서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른 엑스트라들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다. 김응수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의 호흡이 좋았다. 모두가 미쳐서 찍었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리뷰-‘임진왜란 1592’] 오락·교육 두토끼 잡아… 역사 드라마 새장 열다
입력 2016-09-26 17:39 수정 2016-09-26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