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와 신학회들이 최근 표절과 관련된 연구윤리 모임을 잇달아 열고 표절 예방과 독창적 연구 정착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일반 학문 분야가 엄격한 잣대로 연구윤리를 준수하는 반면, 신학교와 교계는 신학이란 학문적 특수성을 들어 느슨한 경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심상법 교수)는 24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에서 ‘표절, 그 불편한 현실: 표절, 자기표절, 중복게재’를 주제로 연구윤리 포럼을 개최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가 비슷한 세미나를 열었다.
남형두(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표절의 전형은 해당 분야의 일반 지식이 아닌 타인의 저작물 또는 아이디어를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자기 것인 양 부당하게 사용하는 행위”라며 “출처 표시를 했더라도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 인용한 경우는 자기표절과 중복게재 등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자기표절과 중복게재는 학자들이나 설교자 등에 공통적으로 해당될 수 있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자기표절’이란 자신의 기존 저작물의 일부분을 새로운 저작물에서 부적절하게 오·남용하는 행위이며, ‘중복게재’는 기존 저작물을 전체적으로 동일하거나 약간 변형해 새로운 저작물인 것처럼 부적절하게 오·남용하는 행위다. 속칭 ‘표지갈이’ 등이 해당된다.
남 교수는 그러나 “표절 문제의 본질은 출처 표시 누락이나 (선행 저작물의) 인용 부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저작물의 독창성과 학문적 기여도”라며 “새로운 것에 대한 독자의 기대를 저버렸는지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은수(백석대) 교수도 “표절 문제를 다루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독창성”이라며 “독창적 학술활동은 새로운 것을 그 생명으로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저작물이라도 공적으로 발표된 저작물은 이미 타자화된 공적 저작물”이라며 “연구자들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정당한 인용 출처를 표시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이날 산하 연구윤리위원회가 지침으로 사용할 시안도 발표했다. 시안은 ‘서울대 연구윤리 지침’을 기초로 마련했다. 향후 공청회와 자체 임원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학계에서 표절 시비가 발생할 경우 해당 교수(학생)가 속한 학교에서 심사를 하게 돼 있으며, 이에 불복하면 학회에서 심사한다. 각 학교는 자체 연구윤리지침을 보유하고 있으며, 학회 차원에서도 연구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운용 중이다. 국내 양대 신학회인 한국복음주의신학회와 한국기독교학회는 모두 연구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신학교·학회, 느슨했던 ‘연구 윤리’ 조인다
입력 2016-09-25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