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부자의 달콤한 꿈, 일장춘몽으로

입력 2016-09-25 21:12
화려했던 이희진(30)의 돈 자랑은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났다. 이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30억원대 부가티 베이론을 비롯해 람보르기니 등 스포츠카, 실내 수영장이 있는 서울 청담동의 200평대 고급빌라는 사기로 쌓아올린 허세였음이 확인됐다. 이씨는 케이블 방송 등에 출연해 ‘흙수저였지만 주식을 통해 부자가 됐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기행각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지난 23일 이씨를 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이씨의 동생(28)도 구속 기소하고, 이씨의 친구 박모(28)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이씨를 기소한 혐의는 세 가지다. 검찰은 이씨가 헐값에 산 비상장주식을 비싸게 팔아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2013년부터 증권 관련 케이블방송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인기를 얻은 뒤 2014년 2월 유사 투자자문사인 ‘미라클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그는 유료 회원 1500여명을 상대로 “앞으로 주가 상승이 확실하다”며 네이처리퍼블릭 등 비상장주식을 사라고 권유했다. 화려한 이씨의 언변에 회원들은 그가 추천한 비상장주식을 앞다퉈 매입했다. 이씨가 추천한 비상장주식은 이씨가 헐값에 사들인 주식이었다. 공모가 5만∼6만원대 장외주식을 회원들에게 9만원대에 팔기도 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장외주식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 지난해 10월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가 마카오 원정도박으로 구속되자 이씨는 “상장에 아무 문제없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검찰은 이씨가 이런 수법으로 약 150억원을 챙겼다고 밝혔다.

이씨는 거짓 약속을 하며 투자금을 모은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올 2월부터 지난달까지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큰 회사”라며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업체인 레인핀테크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원금은 물론 10%의 투자 수익도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모은 투자금만 약 240억원이었다. 이씨는 투자자들에게 투자 수익은 물론 원금도 돌려주지 않았다. 이씨는 아울러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인 미라클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의 재력은 사기로 쌓은 것’이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었다.

검찰은 서울남부지법에 이씨 재산에 대한 몰수 추징 보전 청구도 했다. 312억원 가치로 알려진 부동산, 부가티·람보르기니·벤츠 등 외제차 3대가 대상이다. 추징 보전은 피의자가 범죄로 얻은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추징에 앞서 양도나 매매 등 일체의 처분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이번 수사 내용 발표는 중간수사 발표이며 피해자들의 추가 고소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사를 더 해서 부당이득을 더 밝혀내 확인된 혐의는 계속 추가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