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이 12년 만에 글로벌 생산 ‘빅5’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 부진과 함께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정부의 자동차 업계 지원 중단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폭스바겐’ 인증 조작 사태 이후 고가의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수입차 시장의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1∼7월 한국 자동차 누적 생산량은 승용·상용 기준 255만1937대를 기록했다. 세계 6위다. 1위는 중국(1482만7516대)이 차지했고, 2위는 미국(708만3661대)이었다. 3위 일본(530만1366대), 4위 독일(362만8086대), 5위 인도(257만5311대)가 뒤를 이었다. 자동차 생산량 기준으로 한국이 인도에 뒤진 것은 처음이다.
한국은 2000년 초반까지 자동차 5위 생산국을 유지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성장에 따라 2002년 6위로 떨어졌다가 2005년 프랑스를 제치고 다시 ‘글로벌 빅5’로 복귀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빅5를 유지하다 올해 다시 인도에 밀리고 있다. 수치로 보면 차이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해 한국은 455만5957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인도(412만5744대)를 43만213대 차이로 앞섰다. 반면 올해는 2만3374대 격차로 인도를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인도의 상반기 자동차 생산량은 218만6655대를 기록했다. 한국(219만5843대)에 비해 9000대가량 적은 수치다. 그러나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상반기로 종료되면서 인도에 역전당했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함께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제마저 국회에 계류하면서 하반기 자동차 내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7위인 멕시코의 위협도 거세다. 멕시코는 올해 1∼7월 203만856대를 생산했다. 국내 업체가 앞다퉈 멕시코공장을 준공하는 등 현지 생산기지 건립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멕시코 내 자동차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한국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며 “향후 상황이 더욱 나빠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25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5000만원 미만 수입차의 판매량은 5352대로 지난해 8월(8853대) 대비 39.5%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판매(1만5932대)도 12.5% 감소했다. 반면 5000만원 넘는 고가 수입차 판매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00만∼1억원대의 수입차(9121대)는 13.7%, 1억원 이상 수입차(1458대)는 9.8% 증가했다.
이는 폭스바겐의 판매 감소에 기인한다. 지난해 8월 3156대였던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지난달 76대에 그쳤다. 폭스바겐 모델 대부분은 5000만원 이하이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글로벌 빅5서 밀려난 한국 車 생산
입력 2016-09-2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