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부 과실을 규명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전직 장관급 인사를 잇달아 소환한다. 과거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4, 5명이 거론되고 있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장관을 지낸 인사들을 조사하기로 결정하고 조만간 소환 대상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소환 대상자와 소환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월 수사에 착수한 뒤 신현우(68)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를 구속 기소하는 등 6월 말까지 제조·판매업체의 책임자 대부분을 재판에 넘겼다. 이어 검찰은 정부의 관리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부처 공무원 조사에 착수했다.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옛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 등에서 국·실장을 지낸 전직 관료는 물론 현직 관료도 검찰에 소환됐다. 각 부처 장관 조사만 남은 상황이다.
향후 4, 5명의 전직 장관이 소환 대상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환경부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독성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부실 검증한 부분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환경부는 강현욱(78) 전 장관이 재직 중이던 1996년 12월 유공(현재 SK케미칼)으로부터 PHMG 유해성 심사 신청을 받았다. 이듬해 관보를 통해 ‘유독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고시했다.
김명자(72) 전 장관 재직 시절인 2000년 5월에도 환경부는 PHMG가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 화학물질이라고 고시했다. 환경부는 한명숙(72) 전 국무총리가 장관이던 2003년 6월엔 PGH도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 화학물질로 고시했다.
복지부는 2011년 4∼8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부실 대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4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중증폐렴에 걸린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증가하자 조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8월 복지부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복지부 장관은 진수희(61) 전 국회의원이다.
산업부는 2007년 가습기 살균제를 ‘세정제’로 분류하고 ‘KC마크’(국가통합인증마크)를 부여해 자율안전확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영주(66) 전 장관이 재임하던 때다.
이어 산업부(당시엔 지식경제부)는 보건당국의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던 2011년 6∼8월 신규 가습기 살균제 2개에 안전마크를 부여했다. 그때 장관은 최중경(60)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다.
검찰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 달 중순부터 차례로 전직 장관들을 소환해 조사한 뒤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가습기 살균제’ 前장관들 내달 줄소환
입력 2016-09-26 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