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가계부채로 불리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이 은행권에서만 1년 새 24조원 넘게 증가했다. 국내 경기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빚이 가계부채 폭탄에 불을 댕길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8월 말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을 보면 대출 총액은 253조8000억원을 기록, 1년 전인 지난해 8월 말 229조7000억원보다 24조1000억원 늘었다. 특히 올 1월부터 8월까지 14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는데, 중소기업 전체 대출 증가액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통계 편제상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자영업자의 생계자금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가계부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은 특성상 경기 변동에 가장 민감하다. 남은 4분기 소비절벽 우려에 미국발 금리 인상까지 현실화할 경우 자영업자 대출이 가장 먼저 부실화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앞 다퉈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대책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은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고, 대기업은 8월까지 대출 증가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 여파로 대기업 여신을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데, 소호대출 등 개인사업자 대출은 늘리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생존율이 처참하다는 데 있다. 17.4%로 10명이 창업하면 8명이 실패하는 구조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 의원에게 제출한 2005∼2014년 개인사업자 신규 및 폐업 현황 자료를 보면 10년간 창업은 967만5760명이 했는데, 폐업은 799만309명이었다. 지난해에는 전체 자영업자 수가 556만3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만9000명 줄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통계청 조사를 이용해 국내 자영업자의 자금조달 현황을 파악해 보니 사업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았다고 답한 비중은 2015년 32.2%로 2009년 25.2%에 비해 7.0% 포인트 증가했다. 가장 큰 자금조달원은 역시 퇴직금, 적금 등 ‘본인 또는 가족이 마련한 목돈’(64.7%, 복수응답)이었지만 은행, 보험회사, 상호신용금고 등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했다는 응답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자영업자의 연령대가 고령화되는 추세와 맞물려 이들이 은행에서 빌리는 몫의 비중이 커지는 점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액은 4조5000억원을 넘어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57%를 차지했다. 제 의원은 “자영업에 뛰어드는 5060 은퇴 연령층이 더 큰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에 차주별 특징을 반영하는 세부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자영업 대출 ‘숨은 뇌관’… 1년새 24兆 늘어 적색경보
입력 2016-09-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