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한복판에 24일(현지시간)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이 공식 개관했다. 지독한 흑인 차별의 역사를 기록한 박물관이 국가 주도로 수도 한복판에 들어선 것은 미 흑백 갈등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특히 ‘불편한 진실’을 숨기지 않고 영원한 역사적 기록으로 남긴 미국 사회의 용기가 돋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흑인박물관은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과 항공우주박물관 등이 있는 ‘내셔널 몰’ 단지에 들어섰다. 수도를 상징하는 워싱턴기념탑에서 가장 가까운 박물관이 됐다. 총 공사비 5억4000만 달러(5960억원)를 들여 2만여㎡ 부지에 연면적 3만7000㎡의 전시관이 마련됐다.
전시품은 노예와 맞바꾸던 교역품, 노예선, 노예를 때리는 채찍, 미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이 거느리던 수백명의 노예 명단, 흑인과 백인 좌석이 구분된 객차 등 3만6000점이다. 우울한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로큰롤의 전설인 척 베리를 비롯한 미 대중문화 형성에 영향이 컸던 흑인들과 성공한 흑인 기업가, 정치인, 운동선수의 발자취도 담겼다.
당초 박물관은 독립전쟁을 도운 흑인 참전용사들이 1915년부터 건립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 2003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건립을 승인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예산을 처음 확보해 건립에 들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관식 연설에서 “흑인박물관에서는 고통과 동시에 기쁨을, 두려움과 함께 희망을 볼 수 있으며 이제 황무지 같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약속의 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감격해 했다. 그는 연설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물관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흑인 사살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개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이 박물관이 총기 폭력을 사라지게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사회가 나아질 것이라는 ‘진보’의 정신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화해와 증오 사이… ‘흑과 백’ 두개의 미국] ‘차별역사’ 흑인박물관 개관
입력 2016-09-25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