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우리정치 시계 멈춰”… 국정 흔들기 간주

입력 2016-09-26 04:05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25일 광화문광장에서 본 청와대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윤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불가’ 입장에 거듭 쐐기를 박았다. 전날 유감 표명에 이어 공식적으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힘에 따라 김 장관은 국회 해임건의안 통과에도 물러나지 않는 첫 사례가 됐다.

박 대통령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 거부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해임 건의는 임명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장관의 직무능력과는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고 둘째,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장관에게 제기됐던 의혹은 모두 해소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해임 건의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요청했다는 점을 들어 해임건의안 불(不)수용 입장을 공식화했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의 ‘명분 없는 정치공세’라는 확고한 인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인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도 이런 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런 비상시국에 굳이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며 “20대 국회에 국민들이 바라는 상생의 국회는 요원해보인다”고 말했다. 또 “일각이 여삼추가 아니라 삼추가 여일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급한 마음이 드는데 우리 정치는 시계가 멈춰선 듯하다”며 “민생 문제보다 정쟁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고 야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가뜩이나 국가경제도 어렵고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이런 행동들은 우리나라의 위기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김 장관 해임 건의 거부는 여소야대로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정국 경색 우려에도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원칙’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두 차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거부권을 행사한 것처럼 ‘입법부가 권한을 과도하게 사용해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청와대 역시 야당이 주도한 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는 전형적인 국정 흔들기로,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나타냈다. 또 국회의 해임 건의는 말 그대로 건의일 뿐 이를 거부한다 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워크숍에선 장·차관들에게 재차 “여러분을 믿는다. 흔들리지 말라”며 힘을 실어줬다. 박 대통령은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탄 한 팀이고, 또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운명체”라며 “다시 한번 신발끈을 동여매고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모두 함께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국민을 위해 뛰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워크숍에는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 장관도 참석했다. 김 장관은 워크숍 토론에서 쌀값 하락 등 현안에 대해 “할 일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