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불가’ 입장에 거듭 쐐기를 박았다. 전날 유감 표명에 이어 공식적으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힘에 따라 김 장관은 국회 해임건의안 통과에도 물러나지 않는 첫 사례가 됐다.
박 대통령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 거부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해임 건의는 임명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장관의 직무능력과는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고 둘째,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장관에게 제기됐던 의혹은 모두 해소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해임 건의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요청했다는 점을 들어 해임건의안 불(不)수용 입장을 공식화했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의 ‘명분 없는 정치공세’라는 확고한 인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인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도 이런 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런 비상시국에 굳이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며 “20대 국회에 국민들이 바라는 상생의 국회는 요원해보인다”고 말했다. 또 “일각이 여삼추가 아니라 삼추가 여일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급한 마음이 드는데 우리 정치는 시계가 멈춰선 듯하다”며 “민생 문제보다 정쟁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고 야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가뜩이나 국가경제도 어렵고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이런 행동들은 우리나라의 위기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김 장관 해임 건의 거부는 여소야대로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정국 경색 우려에도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원칙’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두 차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거부권을 행사한 것처럼 ‘입법부가 권한을 과도하게 사용해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청와대 역시 야당이 주도한 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는 전형적인 국정 흔들기로,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나타냈다. 또 국회의 해임 건의는 말 그대로 건의일 뿐 이를 거부한다 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워크숍에선 장·차관들에게 재차 “여러분을 믿는다. 흔들리지 말라”며 힘을 실어줬다. 박 대통령은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탄 한 팀이고, 또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운명체”라며 “다시 한번 신발끈을 동여매고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모두 함께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국민을 위해 뛰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워크숍에는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 장관도 참석했다. 김 장관은 워크숍 토론에서 쌀값 하락 등 현안에 대해 “할 일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朴 “우리정치 시계 멈춰”… 국정 흔들기 간주
입력 2016-09-26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