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내서도 ‘AI 진료’ 의사 대체할까

입력 2016-09-26 00:02
인공지능 서비스 IBM 왓슨의 소개영상 캡처. IBM은 국내에서 가천대 길병원, SK C&C와 손잡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의료 서비스를 선보인다. 한국IBM 제공

“‘왓슨’은 자율주행차보다는 내비게이션에 가깝다. 운전할 때 참고는 할 수 있지만 꼭 그 길로 가지 않아도 된다. 모든 책임은 의사가 진다.”

지난 8일 암 환자 치료를 돕는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 서비스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은 일각의 우려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잘못된 진료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탓이다.

25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의사가 암 환자에게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계가 모든 의학 정보를 소화하도록 해 어떤 약을 처방할지, 어떤 치료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지 등을 제시하는 것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도 영국에서 암 치료를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도 IBM이 가천대 길병원, SK C&C와 각각 손잡고 인공지능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로 명명된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컴퓨터 서비스를 활용해 다음 달부터 암 진료를 시작한다. SK C&C는 고려대 ‘KU-MAGIC’ 연구원과 인공지능 Aibril(에이브릴) 감염병 서비스 개발 협약(MOU)을 체결했다. 에이브릴은 SK C&C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칭하는 플랫폼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암 치료를, SK C&C는 감염병 진단을 목적으로 한다. KU-MAGIC 관계자는 “감염병은 동일 증상이라도 원인과 병명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치료법을 잘못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진이 인공지능을 적절히 활용해 오진을 줄이고 낮은 발생 확률의 감염병도 감지할 수 있어야만 감염병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판단 오류 탓에 오히려 진료를 잘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간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막연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대체’가 아닌 ‘집단 지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언 단장은 “왓슨도 하나의 의사처럼 의견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왓슨은 의견을 제시할 뿐이고, 여러 의사의 의견과 더해서 최종 결정은 진료를 하는 의사가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는 판단력이 있고 실용적 사고가 가능하다. 언제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딜레마도 해결할 수 있다”며 “대화와 토론을 통한 집단 지성이 가능해지는 것이지, 왓슨이 개인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며 판단은 의사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