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D-2] 외식·한우·화훼 업계 “앞으로 어떻게 사나”

입력 2016-09-26 00:05
“저희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시민들 반감이 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2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식당과 한식당은 폐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단체궐기대회를 할까도 고민했지만 우선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28일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D일식집을 경영하는 전모씨는 “법 시행 전인 지난달과 이달 초 매출이 이미 3분의 1로 감소했다”며 “임대료도 감당이 안 돼 업종을 바꾸려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외식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560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6.4%는 지난 7월 말 김영란법 합헌 결정 영향으로 8월 한 달간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화훼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80% 이상이 경조사용으로 소비되는 난, 화환 등 대부분 품목이 김영란법상 선물 상한선인 5만원을 상회해 지금처럼 판매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난의 경우 최저가가 5만원, 무늬가 있으면 10만원 이상이다. 이들 95%는 대만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단가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 한국화원협회에 따르면 이달 전체 화훼업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0% 정도 급감했다. 문상섭 화원협회장은 “매년 교직원 인사철인 3월과 9월에 화환 매출이 가장 높은데,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심리가 얼어붙어 이달 판매가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나 정부에 선물 10만원, 경조사비 20만원 수준으로 비용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올 추석 한우 업계도 유례없는 한파를 겪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이번 추석 한우 소비량은 지난해보다 25%가량 감소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통상 명절 한우값을 20% 인상해 책정하는데 이번 명절에는 한우 도축량이 줄었음에도 가격이 10% 낮게 형성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면서 “그럼에도 소비가 급감한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년 설에는 훨씬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우 소비량 저하뿐만 아니라 추후 선물 ‘인기 품목’인 한우세트 판매도 크게 부진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우선물세트 가격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의 93%가 10만원을 넘는다. 김 협회장은 “한우는 포장세트 가격만 해도 2만5000원이라 5만원짜리 선물세트를 만들기 힘들다”며 “앞으로도 김영란법에서 국내 농축산물을 제외하는 방안을 계속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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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