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 비빔밥, 가자미식해, 속도전 떡, 강량국수, 대추밤초….
낯익은 듯하지만 낯선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길게 펼쳐졌다. 200여명의 참가자들은 음식을 보고 설명서를 읽고, 맛보기도 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북한이탈주민은 고향에서 맛보던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2016 남북 하나되기 북한음식박람회’가 24일 전주대 한식문화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전북하나센터가 마련한 이 행사는 북한이탈주민과 전북도민이 함께 만든 작은 잔치였다. 이들은 북한의 맛과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남북의 화합과 통일을 염원했다. 이날 선보인 음식은 녹두묵채와 우메기떡, 두부밥 등 모두 9가지. 이들 음식은 20여명의 북한이탈주민과 정착도우미의 손을 거쳐 그릇에 담겼다. 주최 측은 요리의 특징과 레시피를 담은 책자도 만들었다. ‘낙지순대’에는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라고 부른다”는 설명이 달렸다.
함북 출신 안모(여)씨는 낙지순대를 만든 뒤 “엄마를 도와 짬짬이 음식을 만들며 수다를 떨고 혼나기도 하던 여러 모습이 사진을 보는 것처럼 스치듯 지나간다”며 “통일되는 날 다시 만나면 제 손으로 (아빠 엄마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전북하나센터 위탁기관인 전주YWCA 최명희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오늘 남북한이 한민족임을 북한음식을 통해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의 흥겨운 노래자랑과 댄스파티, 퀴즈 한마당도 이어졌다. 이들의 자녀에게는 책들이 선물로 주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전주시방문보건센터와 국립나주병원, 전라북도작은도서관운영협의회, 전주고용센터 4개 기관이 동참해 진료와 상담으로 의미를 더했다.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학생들도 요리를 거드는 등 도움을 주었다. 한 대학생 기자는 “본 행사를 취재하면서 적어도 행사장에서만큼은 통일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학교 블로그에 올렸다.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북한 음식 맛보며 통일의 꿈 나눠요”
입력 2016-09-25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