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을 훌쩍 넘긴 파이터의 한물간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녹아웃(KO)됐다. 정신을 잃고 쓰러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245초. 1라운드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그때까지 펀치나 킥 한 번 제대로 날리지 못했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6)이 열 살이나 많은 마이티 모(46·미국)를 상대로 졸전 끝에 참패했다.
최홍만은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로드FC 033 무제한급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마이티 모에게 1라운드 4분5초 만에 KO패했다. 마이티 모는 2000년대 일본 종합격투기 K-1에서 활약했던 헤비급 챔피언 출신이다. 킥복싱으로 연마한 타격기를 구사하지만 위력은 전성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하지만 최홍만은 그의 라이트훅 한방을 맞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패배보다 부끄러운 것은 형편없는 경기력이었다. 최홍만의 신장은 218㎝. 마이티 모는 185㎝다. 33㎝나 큰 최홍만이 적어도 신체조건에서 불리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탐색전만 벌이면서 주먹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않았다. 결정타였던 라이트훅이 턱에 꽂힐 때까지 막지 못할 정도로 기본기도 없었다.
경기력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한때 민속씨름의 천하장사였고 2004년 전향한 종합격투기의 유망주였지만 정작 필요한 승리를 쌓지 못했다. 2008년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외에서도 숱한 구설에 오르내렸다. 2011년 술집에서 남녀와 시비가 붙어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2013년 홍콩의 지인에게 빌린 1억원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사이 일본 영화에서 괴물 역할을 맡아 웃음거리를 자처했다.
지난해 로드FC에서 종합격투기로 복귀했지만 형편없는 경기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종합격투기 전적은 4승5패지만 경험이 많은 실전 파이터에겐 대부분 졌다. 지난해 7월 로드FC 024 인 재팬 무제한급에서는 카를로스 도요타(45·브라질)를 상대로 87초 만에 KO패당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허세작렬 ‘골리앗’… 한물간 주먹 한 방에 픽 쓰러진 최홍만
입력 2016-09-25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