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각국의 대응이 발 빠르게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핵심기술 습득에 긴요한 소프트웨어 분야 인수·합병(M&A) 건수가 미국의 2% 수준에 그친 데다 4차 산업혁명을 실현시킬 인공지능(AI) 혁신기업은 고작 1곳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제4차 산업혁명 대비 현황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M&A 역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우 미국이 지난 한 해 동안 진행한 M&A 건수가 934건이었던 데 반해 우리나라는 20건에 그쳤다. 미국의 2%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중국은 127건으로 우리의 6배, 일본은 80건으로 4배나 많았다. 다른 분야에서도 우리의 M&A 실적은 형편없었다. 컴퓨터 분야와 인터넷 분야에선 각각 9건, 21건에 그쳤다. 미국과 비교하면 컴퓨터는 27분의 1, 인터넷은 22분의 1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을 직접 선도할 혁신기업 숫자는 더욱 저조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혁신기업 수는 글로벌 톱 50에 삼성전자 하나만 포함됐다. 미국 기업은 29개, 일본은 5개, 중국은 3개 기업이 세계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인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우 전 세계 혁신기업 158곳 중 우리나라는 한 곳뿐이었다. 이 업체는 더구나 로봇청소기 업체였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은 세계 1위 수준이고 과학기술논문 수 추이에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대조를 보였다. 한경연 김윤경 부연구위원은 “우리의 4차 산업혁명 기초 여건이 나쁘지 않지만 기업들이 기존 주력사업 위주로 연구개발을 하면서 혁신사업 발굴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며 “시대가 원하는 신기술 개발과 정부의 규제개혁 등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소프트웨어 M&A, 美의 2% 불과… AI 혁신기업도 달랑 1개밖에 없어
입력 2016-09-25 18:22 수정 2016-09-25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