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에서 청바지를 입은 남녀 주인공이 무대 위를 날며 등장할 줄 누가 예상했을까.
국립극장의 2016-2017시즌 개막작인 ‘오르페오전’은 국립창극단이 최근 시도했던 창극 가운데 가장 파격적이다. 지난해 9월 국립오페라단장 퇴임 이후 4년 만의 복귀작 ‘적벽가’에서 상징적인 무대와 모던한 미장센을 선보였던 연출가 이소영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르페오전’은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이야기를 창극으로 가져온 것이다. 신화 속 오르페오는 에우리디체를 저승에서 구해내지만 호기심 때문에 이승으로 나갈 때까지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지키지 못한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순리를 지켜야한다는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재해석된 창극 ‘오르페오전’에서 올페(오르페오)는 애울(에우리디체)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 손을 놓는다.
막이 열리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는 광활한 하늘이다. 그 위를 와이어에 매달린 올페와 애울이 날아간다. 애울은 줄이 끊어지면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고, 올페는 애울을 찾아 헤맨다. 이때 방패연을 연상시키는 무대 가운데 턴테이블이 돌고 올페가 그 구멍 속으로 사라진다.
신화에선 수금(하프) 연주자인 오르페우스의 연주를 듣고 감동한 저승의 신 하데스가 에우리디체를 놓아 주지만 창극에선 그런 과정이 생략돼 있다. 올페는 애울을 찾은 뒤 바로 지상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두 사람은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삶과 죽음, 사랑과 인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올페와 애울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이번 작품은 연출가로서 메시지를 강렬하게 드러내는 이소영의 색깔이 더욱 두드러진다. 배경이 불분명하거나 애울의 죽음이 모호하게 그려진 것도 결국은 두 사람의 관계 외엔 곁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제는 분명하지만 다른 에피소드가 없다 보니 전체적으로 반복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13대의 프로젝터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구연한 무대 매핑과 화려한 조명, 45도 정도로 가파른데다 회전하는 턴테이블, 그 위에 떠있는 대형 방패연과 한쪽에서 도는 얼레 등은 어떤 오페라나 뮤지컬보다 눈을 사로잡는다. 황호준의 음악 역시 기존 창극 장단을 해체한 뒤 다양한 악기와 리듬을 더해 극의 매력을 더한다. 또 올페 역의 김준수와 애울 역의 이소연 등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장지영 기자
[리뷰-오르페오전] 청바지 입은 창극… ‘오르페오’ 재해석하다
입력 2016-09-25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