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골 폭풍… 미다스의 ‘손’

입력 2016-09-26 00:02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영국 미들즈브러의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들즈브러와의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7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활짝 웃으며 기쁨을 표하고 있다. 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영국 미들즈브러의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미들즈브러의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멀티골을 터뜨린 ‘손샤인’ 손흥민(24·토트넘)이 다가오자 활짝 웃으며 오른손을 맞잡은 뒤 와락 끌어안았다. 떠나려는 선수를 붙잡았는데, 이렇게 잘해 주니 얼마나 예쁠까. 요즘 손흥민을 바라보는 포체티노 감독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왼쪽 윙어로 출격시켰다. 발목 부상을 당한 ‘주포’ 해리 케인이 결장한 상황에서 손흥민을 원톱으로 내세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이 최적의 활약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왼쪽 측면에 그대로 배치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배려를 받은 손흥민은 두 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생소한 나라,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기란 매우 어렵다. 특히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리그보다 더욱 적응하기 어려운데, 손흥민은 그걸 해냈다”며 “그는 프리미어리그에 완벽히 적응해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 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날 시즌 3, 4호 골을 몰아친 손흥민은 득점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득점 공동 선두인 세르히오 아궤로(맨체스터시티), 미카일 안토니오(웨스트햄), 디에고 코스타(첼시·이상 5골) 등과 한 골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3경기에서 4골을 몰아친 손흥민은 팀의 주포로 손색이 없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개막 후 6경기(4승2무·승점 14)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갔으며, 2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전반 7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원톱으로 나선 빈센트 얀센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을 날려 선제골을 터뜨렸다. 유기적인 팀플레이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전반 23분엔 재치 있는 드리블로 왼쪽 측면을 파고들었다가 다시 바깥으로 빠진 뒤 오른발 슈팅을 날려 추가골을 뽑아냈다. 축구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9.8점을 줬다. 손흥민이 얼마나 완벽한 경기력을 펼쳐 보였는지 알 수 있는 수치다.

손흥민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다. 스토크시티전에 이어 원정경기에서 또 두 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기대도 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국 BBC는 “손흥민은 지난 시즌 해리 케인의 뒤에서 조연 역할을 했지만 이번 시즌엔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이후 대역을 넘어 엄청난 활약을 보여 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개막 당시 팀 내 입지가 불안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느라 프리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에릭 라멜라로 구성된 기존 공격 2선이 워낙 강해 주전 경쟁 전망도 어두웠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생각한 손흥민은 지난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독일 분데스리가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기회를 주겠다”며 만류했다.

마음을 다잡은 손흥민은 지난 10일 열린 스토크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4대 0 완승을 이끌었다. 이어 18일엔 선덜랜드와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활발한 공격으로 팀의 1대 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카타르(10월 6일·홈경기), 이란(11일·원정경기)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슈틸리케호’는 손흥민의 부활이 반갑기만 하다. 26일 발표되는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이는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17일 치른 라오스와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두 골을 넣은 뒤 A매치 3경기 연속 골 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종예선에서 1승1무를 기록 중인 한국은 카타르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고 이란 원정을 떠난다는 계획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