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난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타격 부문 주요 타이틀인 홈런왕과 타점왕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됐다. 이 혼란을 비집고 두 거포가 등장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토종 거포’ 최형우(33)와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강타자 에릭 테임즈(30·미국)가 바로 그들이다. 홈런왕과 타점왕은 지난해까지 4년 내내 박병호의 몫이었다. 박병호가 떠나면서 비워진 2개의 왕좌를 이제 최형우와 테임즈가 노린다.
최형우는 2011년부터 정규리그에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4년 연속 패권을 잡았지만 올해 최하위권으로 몰락한 ‘삼성 왕조’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삼성은 포스트시즌 진출보다 꼴찌 바로 위인 9위 탈출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고 정규리그 막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형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타격 다관왕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프로야구 10개 구단에서 가장 내실 있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다. 타점(136점) 안타(183개) 타율(0.371)에서 모두 1위다.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7대 5로 격파한 홈경기에 4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를 휘둘렀다. 타점도 1개 추가했다.
타점과 타율 2위 김태균(34·한화 이글스·126타점 타율 0.359)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타격감을 마지막까지 유지하면 어렵지 않게 3관왕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OPS(출루율+장타율) 등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지 않는 비공식 타격 부문까지 포함하면 6관왕도 가능하다.
테임즈도 타격 3관왕을 노린다. 홈런(40개) 장타율(0.676) 득점(117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다른 타자들을 압도하는 장타력과 집중력은 테임즈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두산 베어스의 독주에서 유일한 대항마였던 NC의 타선을 이끄는 선봉장이다. 박병호의 장기 독주를 깨고 5년 만에 새롭게 등장할 홈런왕의 유력 후보다. 한때 홈런왕 경쟁을 벌였던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27·도미니카공화국·33홈런)는 지금 7개 차이로 벌어졌다.
유일한 변수는 시즌 막판 주춤해진 타격감이다. 테임즈는 지난 9일 KIA 타이거즈 원정경기에서 외국인 타자 최초로 2년 연속 40홈런을 달성한 뒤부터 한 번도 담장을 넘기지 못했다. 그 사이 홈런 부문 2위 최정(29·SK 와이번스)이 1개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NC가 SK보다 더 많은 경기를 남겨 테임즈에게 유리하지만 홈런왕 경쟁의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홈런포만 재개하면 득점과 장타율은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테임즈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홈런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토종-용병 ‘용호상박’… 최형우·테임즈 거포 경쟁 후끈
입력 2016-09-25 18:30 수정 2016-09-25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