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강준영] 중국,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입력 2016-09-25 18:33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마련된 역대 가장 강력한 2270호 제재 결의가 이행 중이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실질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새 제재안 마련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까지 나오고 있고, 미국에서는 선제타격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은 절대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새 제재안 추진에 동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6자회담을 이용한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이 실질적인 핵보유 단계까지 간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과거 방식대로 북핵 문제를 처리하려는 생각은 의미가 없어졌다. 중국은 미사일을 포함한 북핵 개발의 근본 원인이 미국의 소위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불리는 대북 압박 정책 때문이며, 미국은 충분한 대북 제어력을 가진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효용성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며 서로 공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미·중 간 상호 인식은 북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일단 강력한 수사로 북한을 질책하고, 원인에 대해 서로 양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하면서 제재안을 마련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정상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한반도 북핵 모델’을 만들어냈다. 북핵에 생존적 위협을 느끼는 한국은 이러한 미·중의 행태를 안타깝게 바라보지만 현재까지는 애석하게도 단독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거나 북한을 제어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5차 핵실험은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언급대로 핵탄두가 경량화, 소형화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성공에 이어 신형 로켓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면 이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에 성공하면 북핵은 이제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현실 위협이 된다. 중국도 북한의 계획적인 핵보유 의지 앞에서 더 이상 북핵 개발이 미국 책임이라는 말로만으로 강변할 수는 없게 됐다. 이유야 어찌됐든 북한의 핵보유는 아태지역에서 장기적인 미국 군사력 배치의 합리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본 역시 이틈을 이용해 군사력 증강에 나설 것이며, 한·미·일 안보 구조의 공고화는 물론이고 주변국의 핵 도미노 현상 출현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미의 북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 문제는 중국 역시 남한까지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 하에 북핵 불용이라는 결연한 태도를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이 여전히 전략적 자산이라는 구시대적 믿음이 여전하다는 데 있다. 때문에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은 확고하지만 북핵을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행동은 결핍돼 있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때 주장했던 중국의 ‘안보이익 침해와 동아시아 세력 균형 파괴’에서 북한의 핵보유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이는 단순히 한국과 일본, 미국에만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북핵은 시간문제에 불과한 일본의 핵무장을 촉발할 수 있다. 어쩌면 중국은 러시아 북한 일본 인도 파키스탄 등 핵보유국에 둘러싸인 초유의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은 이제 북핵에 대한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대북 문제를 처리하는 피동적 자세로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도 없는 대국’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제 주동적이지 않으면 지속적인 장기적 충격을 감내할지도 모르는 기로에 서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