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 조재현의 눈물겨운 ‘개봉작전’

입력 2016-09-25 17:49
배우 조재현이 영화 ‘나홀로 휴가’를 촬영하고 있다. 그가 대본을 쓰고 연출한 감독 데뷔작이다. 아래 사진은 ‘나홀로 휴가’의 한 장면. 수현재엔터테인먼트 제공

158개 스크린에서 331회 상영. 저예산(2억원)의 다양성 영화 치고는 개봉일에 많은 상영 기회를 얻었다. 배우 조재현(51)의 장편 영화 감독 데뷔작 ‘나홀로 휴가’가 지난 22일 개봉됐다. 조 감독은 ‘밀정’ ‘고산자, 대동여지도’ ‘벤허’ ‘매그니피센트7’ 등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상영관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했으나 예상외로 많은 극장을 잡았다.

‘나홀로 휴가’는 사진 촬영이 취미인 모범가장 강재(박혁권)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 10년 전에 놓친 여자 시연(윤주)의 주변을 맴도는 과정을 그린 멜로 로맨스다. 조재현이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지난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 받았고, 제18회 이탈리아 우디네극동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등 호평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조재현의 눈물겨운 ‘나홀로 홍보작전’이 있었다. 독립영화에 애착이 많은 그는 ‘나홀로 휴가’를 일찌감치 찍고도 극장을 잡지 못해 개봉 날짜를 계속 미루다 9월 22일로 최종 결정했다. 추석 연휴를 피하고 다소 비수기인 이때가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틈나는 대로 극장주를 찾아다니며 읍소했지만 영화를 걸겠다는 극장은 별로 없었다.

제작비를 2억원에 맞췄기 때문에 예고편을 자주 틀기도 어렵고, 극장과 거리 등에 포스터를 붙이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특별시사회와 이벤트도 줄였다. 게다가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제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식이 ‘나홀로 휴가’의 개봉일과 겹치는 바람에 이 영화를 적극 홍보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개봉 10여일 전만 하더라도 확보된 상영관은 ‘0’이었다. “유준상이 출연한 ‘성난 화가’의 전규환 감독은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 겨우 7개 상영관을 잡았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새벽이나 심야시간에요.” 위기감을 느낀 조재현은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등에 박철민 등 배우들과 함께 출연해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150개가 넘는 상영관이 확보됐다. 시사회 이후 나온 좋은 반응도 극장주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그러나 흥행 결과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개봉일 하루 관객 1180명으로 박스오피스 17위에 랭크됐다. 매출액 점유율은 0.6%에 불과하다. 대부분 상영시간이 새벽이나 밤늦게 배치돼 관람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

하지만 관람객 평점이 7.75(10점 만점)로 비교적 좋은 반응을 보여 역주행 흥행을 기대해봄직하다. ‘나홀로 휴가’는 조재현이 발로 뛰었기 때문에 그나마 극장이라도 잡을 수 있었다.

국내에는 한해 1000여편이 개봉되고 한국영화는 200여편이다. 이 가운데 40∼50편의 상업영화가 걸리고 150여편은 개봉조차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저예산 독립영화의 비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