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오케스트라들의 해외 공연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에만 KBS교향악단과 수원시향이 오스트리아 브루크너 페스티벌과 이탈리아 메라노 페스티벌을 잇따라 다녀왔다. 과연 국내 오케스트라들의 해외 진출은 어떤 수준일까.
A : 최근 ‘클래식 한류’라는 말이 나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독주자들이 이제 막 세계 클래식계의 주류 무대에 진입한 단계라고 평가한다. 기량이 축적되고 브랜드를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오케스트라는 당연히 독주자보다 훨씬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 오케스트라의 첫 해외 공연은 1957년 서울시향의 동남아 투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화예술 사절단으로 6개 도시를 다녀왔다. 이후 국내 오케스트라들의 해외 투어가 간간이 이어졌지만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들의 수교 및 교류 차원이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해외 유명 콘서트홀을 자체적으로 대관해 공연하는 형태였다.
그래서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해외 투어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막상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대관 공연이라 지자체 후원이나 자체 경비로 부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공연은 현지 홍보와 마케팅이 어려워 객석을 비운 채로 연주하거나 교포를 초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역 오케스트라가 속한 지자체 단체장이 문화적 업적을 쌓으려는 욕심 때문에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해외 클래식 페스티벌에서 국내 오케스트라들을 초청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이 2014년 영국의 권위있는 축제인 BBC 프롬스를 비롯해 유럽의 4개 페스티벌 투어를 다녀온 것은 대표적이다. 물론 당시 예술감독이었던 정명훈의 힘이 컸음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페스티벌은 음악적 다양성을 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지 않은 한국 오케스트라도 기회를 잡기가 다소 수월하다. 여기에 한국 독주자들의 활약이나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에 한국 단원이 늘어난 것도 국내 오케스트라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페스티벌에 초청받으면 전액을 스스로 부담하는 대관공연과 달리 숙박비와 개런티를 받는다. 전체 경비 가운데 비중이 큰 항공료는 아직까진 한국 오케스트라가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티켓 판매에 대한 부담이 없는데다 현지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으며 후속 초청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단원들이 연습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키고, 현지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자극을 받는 것은 페스티벌 참가에 따른 또다른 성과다. 서울시향의 발전도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번에 브루크너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던 KBS교향악단과 수원시향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오케스트라의 해외 진출에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해외 유수 공연장의 시즌 프로그램에 초청받는 것이다. 아직은 그런 사례가 많지 않지만 2012년 서울시향의 북미 투어는 대표적이다. 당시에도 항공료의 상당 부분은 서울시향이 국내에서 후원을 받아 충당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정명훈을 조명하는 일본 도쿄 산토리홀의 기획공연 시리즈로 초청받았을 땐 한국 오케스트라 가운데 처음으로 항공비 등 일체의 경비와 개런티를 모두 받았다. 일본 내 정명훈의 높은 인기나 한일간 가까운 거리 덕분이긴 하지만 한국 오케스트라의 해외 진출 역사에서 전환점이 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독주자들 세계 무대서 뛰는데… K오케스트라는?
입력 2016-09-25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