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사살’ 여경 1급 살인 기소… 사흘째 분노 시위

입력 2016-09-23 18:04 수정 2016-09-23 21:11
대규모 폭력시위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가 시행 중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시내에서 23일(현지시간) 주방위군 소속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무장하지 않은 흑인을 쏜 미국 경찰에게 1급 살인죄가 적용됐다. CNN방송은 22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 카운티 검찰이 흑인 테렌스 크러처(40)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백인 여경 베티 셸비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셸비는 지난 16일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중 주차된 차 안에 있던 크러처와 실랑이를 벌이다 총을 쐈다. 셸비의 변호인은 크러처가 지시에 따르지 않고 총을 꺼내려 했기 때문에 쐈다고 주장했지만 유족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크러처의 차 창문은 닫힌 상태였다. 수사결과 차 안에 총도 없었다. 크러처가 양팔을 하늘로 올리는 복종 의사를 밝혔음에도 총을 쏜 것이었다. 유죄가 확정되면 셸비는 최소 징역 4년형을 받는다.

다른 흑인 총격사건이 벌어졌던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선 사흘째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우리는 테이프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키이스 라몬트 스콧(43)의 사망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 공개를 요구했다. 경찰은 유가족과 법률 대리인에게만 비공개로 영상을 보여줬다.

법률 대리인 저스틴 뱀버그 변호사는 “보디캠 영상은 사건의 전모를 알려주기보다 더 많은 질문을 낳았다”며 “정의와 진실을 위해 영상을 즉시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비공개 방침을 고수해 시위는 확산될 전망이다.

전날 집회에 나왔다가 총에 맞은 저스틴 카(26)는 치료 중 결국 숨졌다. 경찰 총에 맞았다는 시위대의 주장에 수사 당국은 “괴한의 총에 맞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카 외에도 현재까지 9명이 다치고 44명이 고발당했다.

사상자가 발생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ABC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면서도 “시위는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중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샬럿 시위대가 과격하게 폭력시위를 벌이는 것이 마약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실언을 해 논란이 됐다. ABC뉴스에 따르면 피츠버그에서 ‘무법 행위에 관용은 없다’는 주제로 연설을 하던 트럼프는 “어젯밤 여러분이 TV에서 본 것(격렬한 시위 장면)의 가장 큰 요인은 마약”이라고 말했다.

켈리앤 콘웨이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트럼프가 구체적으로 샬럿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며 “수차례 말했던 무분별한 약물과 마약중독에 우려를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