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연구나 신랄한 풍자를 뽑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폭스바겐이 화학상을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는 22일(현지시간) 괴짜 연구자를 뽑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스캔들의 주인공 폭스바겐에 올해의 화학상을 수여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3일 보도했다. 이그노벨상은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와 노벨상을 합한 말로 특이한 연구뿐 아니라 사회 부조리를 꼬집기도 한다.
이그노벨상 위원회는 폭스바겐을 꼽은 이유로 “자동차에서 대기오염 가스가 적게 나오게 함으로써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한 공로”라고 비꼬았다. 위원회는 상금으로 10조 짐바브웨 달러를 주겠다고 밝히며 “막대한 소송비용에 보태라”고 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은 짐바브웨의 화폐는 10조 달러라도 미화로 환산하면 겨우 40센트다. 폭스바겐은 당연히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기상천외한 연구도 눈길을 끌었다. 2007년 사망한 고(故) 아흐메드 샤피크 이집트 카이로대 교수는 ‘바지의 재질이 수컷 쥐의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로 뒤늦게 생식상을 수상했다. 그는 100% 폴리에스테르 바지에서 일어나는 정전기가 쥐의 성욕을 둔화시킨다는 점을 발견했다. 반면 울이나 면바지를 입은 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생물학상은 알프스산에서 3일간 염소로 생활한 영국인 토머스 스웨이츠가 받았다. 그는 염소처럼 네 발로 다니기 위해 의족을 팔에 끼고 실험해 ‘염소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공동수상한 찰스 포스터 옥스퍼드대 연구원도 오소리나 수달처럼 벌레를 잡아먹고 쥐를 잡으려 땅굴을 팠다.
우스꽝스러운 연구로 노벨상을 풍자한 연구자도 있었다. 한 연구팀은 흰색 말에게는 파리가 덜 꼬이고, 잠자리도 흰색 묘비보다 검은색 묘비에 더 몰린다는 사실을 발견해 물리학상을 받았다. 의학상을 거머쥔 안드레아스 슈프렝어와 독일 뤼베크대 연구진은 왼팔이 가려울 때 거울을 보고 오른팔을 긁으면 나아진다는 점을 밝혀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월드 화제] ‘이그노벨상’ 폭스바겐… 상금 10조 달러?
입력 2016-09-24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