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5000명(노조 추산)에 달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성과연봉제 저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며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모여 하루 동안 총파업을 벌였다. 영업점이 가장 많은 대형 은행 노조 조합원의 참여가 극히 부진해 일선 영업점에서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노조 측은 회사 측이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막으려고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혀 향후 노사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월드컵경기장에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기장 주변에는 은행별 좌석 안내 피켓이 서 있었고, 은행 노조별로 구호가 적힌 피켓과 도시락, 막대풍선 등을 나눠줬다. 지방은행 및 지점에서는 조합원들이 새벽에 버스를 맞춰 타고 상경하기도 했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은 정부와 회사 측이 성과연봉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시중은행에서 20년째 근무해온 이모(46)씨는 “순리대로 해야 하는데 정부가 성과를 내려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옆에 있던 김모(39·여)씨도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개인 간 실적 경쟁으로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번 파업은 국민을 위한 파업”이라고 맞장구쳤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벌였지만 일선 영업점에서 은행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참가인원이 금융노조가 애초 예상했던 목표치에 못 미친 데다 은행들이 비상대응체제를 갖춰 대체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 신한·KB국민·KEB하나(합병 전 하나·외환은행 지부가 별도 참석)·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파업 참가율이 3%에 불과했다. 실제로 이날 월드컵경기장에는 다른 은행 지부의 경우 가장 높은 층 관람석까지도 조합원들이 자리에 앉았지만 신한·KB국민은행 등은 좌석이 대부분 비어 있었다.
전날 기업은행 등 은행들의 부당노동행위가 알려지면서 파업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기업은행 일부 지점에서는 파업 참여율을 50% 이하로 낮추려고 전날 영업점 직원들의 퇴근을 밤 12시까지 막고, 지점장들이 23일 새벽 3∼4시까지 전화를 걸어 파업 불참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이 유선전화로 지역 본부장들과 파업 관련 대책회의를 한 내용을 지점 직원들이 다 듣도록 하는 식으로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막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에서도 이틀 전부터 파업 참여를 결근으로 간주해 근태 등록을 하도록 하고, 지점장들에게는 ‘직원 1명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각 은행 노조는 이번 파업 후 회사 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전수 조사해 법적 대응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파업 참가자가 약 1만8000명이라고 밝혔지만 가장 보수적으로 인원을 집계하는 경찰 측에서는 집회 참가인원을 약 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백상진 이가현 기자sharky@kmib.co.kr
“성과연봉제 저지”… 참가율 낮아 은행 창구 큰 혼란 없어
입력 2016-09-23 18:01 수정 2016-09-23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