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에 문제 제기를 한 건 대북 ‘왕따 작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시켜 핵으로 체제를 유지하려는 북한의 생각을 고쳐놓겠다는 의도다.
우리 당국자가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오준 주유엔 대사는 지난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유엔본부 공개 토론에서 같은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다만 이번 윤 장관의 발언은 우리 외교수장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내놨다는 점에서 수위가 더욱 높다.
윤 장관은 북한이 최근 벌인 전략적 도발을 언급하면서 “유엔 안보리와 유엔 자체의 권능을 철저히 조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상습적 범법자인 북한이 유엔 헌장상의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서약, 특히 안보리 결정을 수락하고 이행하겠다는 서약을 준수하고 있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했다.
실제로 유엔 헌장은 회원국의 자격 정지와 제명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장 5조는 회원국이 안보리의 방지조치나 강제조치 대상인 경우, 총회가 안보리 권고에 따라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특권을 정지시킬 수 있다. 6조는 헌장의 원칙을 ‘끈질기게’ 위반한 회원국에 대해 역시 안보리 권고에 따라 제명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실제로 북한이 유엔에서 제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엔 창설 후 70여년 동안 회원국이 제명을 당한 사례는 없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이런 조치에 동의해 줄 가능성도 높지 않다. 특히 안보리 제재를 다섯 개나 받고 있는 북한이 유엔이란 틀에서마저 벗어나는 건 대북 통제 수단을 완전히 잃는 것과 다름없다.
윤 장관은 연설 전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현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유엔 안보리가 단합해 신규 대북 제재 결의를 신속히 도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 5개국이 참여하는 중견국 협의체 믹타(MIKTA)는 7차 외교장관회의를 열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토록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믹타는 성명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모든 핵실험은 포괄적 핵실험금지협약에 반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북부지방의 수해 피해와 관련, 지원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1959년 예년에 없던 비바람과 큰물이 온 남녘땅을 휩쓸었을 때 김일성 원수는 공화국 내각결정 60호를 채택해 구호품을 제공했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尹 외교, ‘北 왕따작전’으로 핵포기 압박
입력 2016-09-23 17:56 수정 2016-09-23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