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리온 중대 결함 빨리 고치고 관련자 문책해야

입력 2016-09-23 18:15
개발비만 1조3000억원이 투입된 국산 기동 헬기 수리온(KUH-1)에서 중대 결함이 발견됐다. 22일 국회 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이철규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리온은 미국에서 영상 5도∼영하 30도인 환경에서 ‘기체 결빙(結氷) 시험’을 받았다. 시험 결과 수리온의 엔진 공기흡입구 등에서 허용치(100g) 이상의 얼음이 엔진에 달라붙는 착빙(着氷) 현상이 발생했다. 이만한 얼음이 엔진과 충돌하면 엔진 날개를 파손시킬 수 있다.

수리온의 결함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수리온은 ‘결빙 시험을 추후에 받는다’는 단서를 달고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수리온 조종사들은 ‘버드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아이스 스트라이크’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조류는 쫓거나 피해갈 수 있지만 혹한기에도 운용해야 하는 수리온에 생기는 얼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오죽했으면 육군이 ‘착빙이 일어나면 신속히 해당 지역을 이탈하라’는 내용을 수리온 사용 교범에 넣었을까. 수리온 조종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궁여지책이 아닐 수 없다. 수리온 50여대를 생산한 군은 5조원을 투입해 200여대를 양산하고 300여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결함이 발견된 이상 이 청사진을 재검토해야 한다.

심각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심드렁한 모습이다. KAI 측은 “별로 춥지 않은 한반도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겨울이 없는 동남아나 중동 등에 수출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온의 착빙 결함을 해결하는 데는 2년가량 걸린다고 한다. KAI와 방사청은 모든 인력과 기술을 동원해 수리온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방부와 감사원은 수리온의 문제점을 낱낱이 조사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