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무대에서 제가 관객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그래도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제 뜨거운 마음이 담긴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뮤지컬계 스타 여배우 김선영(42)이 출산과 육아에 따른 2년여의 공백을 깨고 복귀한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10월 11∼2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명성황후 역으로 다시 무대에 선다. 그는 “복귀를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작품이 에너지를 많이 발산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좀 됐다. 하지만 어차피 복귀해야 한다면 임팩트 강한 작품이 좋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황후의 사진이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명성황후에 대해 다양한 이미지가 존재하지만 극작가 장성희가 쓰고 이지나가 연출한 이 작품은 격동기에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명성황후에 대해 공부하며 느낀 이미지는 삶 전반에 걸친 ‘결핍’이었다”면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그녀는 궁궐에 들어와서 남편인 고종과 시아버지 흥선대원군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 또 고종과의 사이에서 아이들을 낳지만 겨우 순종 한 명만 살아남았다. 그녀의 강한 권력욕과 성격변화가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가”라고 피력했다. 이어 “대본에 순종의 돌잔치를 치르는 명성황후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제 6개월 된 아들을 둬서 그런지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출산 후 배우로서 감정의 결이 더 다채로워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99년 뮤지컬에 데뷔한 그는 그동안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에비타’ ‘엘리자벳’ 등 수많은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 왔다. 그런데 1년여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는 서울예술단에 입단해 활동한 적이 있다. 이번 작품은 2002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14년 만의 친정 무대다. 그는 “아기를 낳은 딸이 친정에 가서 몸을 풀 듯 서울예술단 작품으로 복귀하게 돼 기분이 남다르다. 친분 있는 선배와 동기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데다 이번에 반갑게 맞아 줘서 낯선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원래 2013년 초연과 지난해 재연에서 또다른 뮤지컬계 스타 여배우인 차지연이 주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차지연이 올해 임신하면서 연출가 이지나는 새로운 명성황후로 그를 호출했다.
그는 “지연씨가 워낙 잘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재연이기 때문에 작품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배우가 바뀌면서 표현의 뉘앙스가 달라지는 등 작품 전체에 영향이 갈 수 밖에 없다”면서 “지연씨 때보다 좀더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명성황후의 모습을 그리게 될 것 같다. 관객들이 캐스팅 변화에 따른 작품의 새로운 재미를 찾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김선영 “많은 에너지 필요한 명성황후役 임팩트 강한 복귀작으로 제격”
입력 2016-09-25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