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꼬 터진 개헌론,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돼

입력 2016-09-23 18:15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20대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개헌모임)’이 23일 국회 개헌특위를 다음달 말까지 설치할 것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요청한 데 이어 김원기 임채정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 원로들이 주도하는 ‘나라 살리는 헌법 개정 국민주권회의(국민주권회의)’가 창립됐다. 개헌모임에는 새누리당 67명, 더불어민주당 89명, 국민의당 31명 등 여야 의원 190명이 가입했다고 한다. 헌법 개정안 발의에 필요한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요건을 여유롭게 넘겼다.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엔 단 10명 모자란다. 보수와 진보, 원내와 원외를 망라해 개헌 공감대가 이뤄진 모양새다.

이른바 ‘87년 체제’로 불리는 현행 헌법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6개 정부를 거쳐 오는 동안 숱한 한계상황을 노출해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줄곧 있어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번번이 무위로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 이번엔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다르다.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국회도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10명 중 8명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어 불가능하지 않다. 국민여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7월 8∼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6.9%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 ‘필요 없다(20.0%)’의 세 배를 넘었다.

개헌의 필요성은 충분히 입증됐다. 장기 정책 수립과 집행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지금의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기본권, 지방자치 및 분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정부 구조 개편 등 현행 헌법이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시대의 변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시급하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매듭지어 행정의 비효율을 제거했으면 한다. 더 이상 개헌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