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이병 미르. 시정하겠습니다!!”
군 생활 체험 TV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방송 초기에 출연했던 ‘미르’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미르가 무슨 뜻일까 생소(生疏)하다고 느낀 사람이 많았지요. 그의 본명이 ‘방철용’인데, 이름 안에 실마리가 있지 않나 합니다.
미르는 용(龍)을 이르던 우리의 옛말입니다. 1527년 편찬된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에 龍을 ‘미르 룡’이라고 설명한 부분이 나오지요. 다섯 번째 지지(地支)이며 띠로는 용을 이르는 辰(진)을 ‘미르 진’이라고 풀이한 기록도 있습니다. 용을 이르던 우리말이 따로 있었던 겁니다.
예부터 동양에서는 산을 지배하는 것은 범(호랑이)이고 미르, 즉 용은 물을 지배한다고 인식해 왔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물’의 중세 형태가 ‘믈’인데 ‘미르’와 ‘믈’의 어원이 같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오래도록 용이 되지 못한 것을 이무기라고 하는데 그 또한 물에서 산다고 여겼지요.
잊혀진 말이지만 이제 “나 어젯밤 미르 꿈 꿨어”처럼 일상에서 미르라는 말을 써보세요.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임금의 자리를 용상(龍床)이라고 하는 등 용은 봉황과 함께 최고 권력자를 상징했지요. 요즘 뉴스가 되고 있는 ‘미르재단’, 로고가 용을 형상화한 것이던데 ‘용’과 무슨 관련이 있나요.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미르’는 龍을 이르는 우리의 옛말
입력 2016-09-23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