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투타 완벽한 조화·자신감·리더십이 일군 결실

입력 2016-09-23 01:19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1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념 촬영을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뉴시스

바야흐로 프로야구에서 곰들의 시대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21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거뒀다. 잠실벌에는 우승을 자축하는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두산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9대 2로 승리를 거두고 정규리그 자력 우승을 확정했다. 올 시즌 두산은 단 열흘만 빼고 선두를 질주했다. 2위 NC 다이노스와는 무려 10경기 차 이상이나 앞서며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두산이 최고의 성적을 낸 것은 무엇보다 탄탄한 선발진의 힘이 컸다.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 장원준으로 이어지는 선발라인은 ‘판타스틱4’로 이름을 떨쳤다. 에이스 니퍼트가 21승, 보우덴도 17승, 유희관은 15승, 장원준이 15승을 거뒀다. 선발 네 명이 따낸 승수가 무려 68승이다.

니퍼트는 이미 최소경기(25경기)와 최고령 20승의 대기록을 썼다. 사실상 다승왕과 평균자책점 1위, 승률왕 자리는 니퍼트가 따논 당상이다. 2007년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22승 5패)의 승수도 넘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외국인 듀오’ 니퍼트와 보우덴은 38승을 합작했다. 여기에 유희관은 구단 좌완 최초 2년 연속 15승 고지에 올랐다. 장원준은 이날 선발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15승 고지를 밟았다. 두산은 역대 KBO리그 최초 선발 4명 전원 15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까지 세웠다.

타선에선 두산의 전매특허인 ‘화수분 야구’가 빛을 발휘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의 약점으로는 타격이 꼽혔다. ‘타격기계’ 김현수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가 나타나 그 공백을 말끔히 지웠다. 바로 김재환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평균 또는 그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김재환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MVP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김재환”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재환은 타율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이라는 두산 35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까지 노리고 있다.

수장 김 감독의 ‘형님 리더십’도 한 몫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처음 지휘봉을 잡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그는 특유의 달변과 유머로 살갑게 선수들을 대한다. 하지만 엄격함도 가지고 있다. 팀워크에 저해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는다. 올 시즌 선발 자원인 노경은을 트레이드한 것도 이런 그의 엄격함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난 참 복이 많은 감독이다. 남은 시즌 잘 마무리하겠다”고 짧게 우승 소감을 전했다.

심리적으로는 지난해 우승의 효과가 아주 크다. 그동안 두산은 만년 2위 팀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천신만고 끝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에 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2007년과 2008년에는 SK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고, 2013년과 2014년에는 삼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그렇게 흘러가는 듯 했다. 넥센 히어로즈와 3, 4위 싸움을 하다 간신히 3위가 돼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렀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플레이오프에서 NC를 누른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최강으로 군림했던 삼성마저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 이후부터 두산 선수들은 만년 2인자라는 설움을 완전히 떨치고 자신감을 얻게 됐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이후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가 최고다. 하면 된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올해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낸 것은 그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제 두산에게 남은 것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과 한 시즌 팀 최다승이다. 두산은 1995년 전신이었던 OB시절 통합우승을 딱 한 번 경험했다. 2000년 현대 유니콘스의 최다승(91승) 우승 기록도 깰 가능성이 높다. 90승을 기록 중인 두산은 남은 7경기에서 1승만 추가해도 최다승 타이를 이룬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