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충남·호남 등 도처에 활성 징후 단층”

입력 2016-09-23 00:01
고윤화 기상청장(오른쪽 서 있는 사람)이 22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9·12 경주 지진’을 정밀 분석한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수도권과 충남·호남 등 한반도 도처에 ‘활성단층’(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 징후를 띠는 단층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에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뿐만 아니라 추가령단층이 지나가는 수도권 일대 등에서도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위험이 있는 것이다. 활성단층 연구와 지질도 제작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2일 서울대에서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최성자 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수도권 인근의 추가령단층, 호남지역의 비봉단층과 전주단층 등이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활성단층으로 추정되는 단층으로 추가령단층, 왕숙천단층, 당진단층, 인제단층, 금왕단층, 공주단층 등을 거론했다. 그는 “한반도의 여러 단층들에서 ‘제4기 단층’(활성단층)의 징후가 발견됐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활성단층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최 박사와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이기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역사를 살펴보면 한반도 곳곳에서 지진이 났다. 이는 한반도 도처에 활성단층이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백제 온조왕 때 집이 무너질 만큼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당시 백제 수도는 현재의 수도권”이라며 “이번 경주 지진을 전례 없는 지진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활성단층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 박사는 “우리나라는 활성단층 연구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제4기 단층’에 대한 지질도도 없다”며 “제4기 단층일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지질도 작성과 지형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상청은 ‘경주 지진’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여진이 앞으로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여진은 지난 12일부터 22일 오후 2시까지 모두 423회 일어났다. 기상청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은 “향후 본진(규모 5.8)보다 큰 여진의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규모 3.0∼4.0의 여진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상청이 ‘경주 지진’의 진앙(震央) 위치를 잘못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상청은 지난 12일 전진(규모 5.1)과 본진(규모 5.8)의 진앙을 각각 경주 남남서쪽 9㎞, 남남서쪽 8㎞라고 발표했었다. 본진이 전진보다 북쪽인 위치다. 하지만 정밀 분석 결과 경주 남남서쪽 8.2㎞에서 전진이 일어나고 50분 후 더 남쪽인 남남서쪽 8.7㎞에서 본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지진과 여진(규모 4.0 이상 여진)의 진앙이 ‘전진→본진→여진→여진’ 순으로 남남서 방향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산단층의 분포 형태와 유사하다.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학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이 양산단층에서 발생했다는 확실한 결론이 나온다면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상청은 “앞으로 ‘지진 조기 경보’ 범위를 확대해 2019년 이후 규모 3.5 이상부터 5.0 미만의 지진에도 조기 경보를 발동하고 긴급 재난문자도 직접 발송하는 쪽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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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언 김판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