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7시30분.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당비 납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당원에게 당직 선출 투표권을 부여하는 ‘전(全) 당원 투표제’를 추인하기 위한 자리였다. 반발은 예상보다 셌다. 호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분출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점심엔 국민의당 김동철 박주선 주승용,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강창일 백재현 의원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 모였다. 양당 중진을 묶은 건 ‘야권 통합 경선론’이었다. 당 밖의 제3지대에서 야권 주자들이 모두 모여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이렇듯 요즘 국민의당은 안팎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당직 선출 방식을 둘러싼 내분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전 당원 투표제의 취지는 특정 인물이나 세력에 휘둘리지 않는 당원 중심의 당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발언대에 선 16명 의원 중 대다수가 당원으로 가입만 한 이른바 ‘종이 당원’에까지 투표권을 부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천정배 전 대표도 “당원으로서 의무를 다한 사람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폈다. 당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당비를 낸 책임당원에 투표권을 주고 당 행사나 교육에 참여하는 식으로 의무를 이행한 사람들로 범위를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투표권을 어느 선까지 줄 것이냐의 문제는 당장 다음 당대표 선출과 직결돼 있다. 책임당원으로 한정하면 호남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천 전 대표는 전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국회에서 배석자 없이 따로 만났다. 최근 천 전 대표가 싱크탱크인 ‘자구구국(自救救國·스스로를 구하고 나라를 구한다) 포럼’을 결성한 것과 맞물려 대선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천 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단합해야 하고 호남 주자가 반드시 있어야 되고 그런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또 “국민의당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국민의당만 고수해 ‘반드시 국민의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당 밖의 유력한 분들과 그 힘을 모으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 통합 경선이나 ‘안철수 여권 주자론’ 등에 대해 “제 목표는 국민의당이 집권하는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천 전 대표와는 인식차가 뚜렷하다. 더민주 비주류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한 주 의원은 “관심이 집중돼 깊은 얘기는 못했다”고 말을 아꼈지만 물밑에선 이미 통합 경선과 개헌을 연결고리로 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는 뒷전이고 온갖 사람들이 대선 판짜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은 이제 와서 번복할 수도, 그대로 안고 갈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에 합의해놓고 막판에 발을 빼면서 야권 내에서의 입지도 좁아졌다. 더민주에선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2중대 본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야3당 합의 번복 이면에 박 비대위원장 특유의 ‘한수’가 있을 것이란 해석도 있지만 해임건의안이 부결되면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지혜 문동성 기자 jhk@kmib.co.kr
주도권 잡기 ‘전대 룰’ 싸움… 길 잃은 국민의당
입력 2016-09-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