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고등학교 입시에서도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목동과 강남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역시 안양 동안구, 성남 분당구, 고양 일산서구 등 사교육 특구가 영재고 입시를 휩쓴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전국 8개 영재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10명 중 7명이 서울·경기의 사교육 중심지 중학교 출신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과학 영재’ 육성 목적의 영재고가 사교육 열풍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조훈현 의원이 22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8개 영재고의 2016학년도 입학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831명 중 서울(292명) 경기(287명) 지역 중학교 출신이 69.7%를 차지했다. 영재고 입학생의 출신 중학교가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영재고는 서울과학고(서울) 경기과학고(경기)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인천) 대전과학고(대전)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세종) 한국과학영재학교(부산) 대구과학고(대구) 광주과학고(광주) 등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다.
하지만 입학생 비중은 서울·경기 지역 출신 중학생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장 많은 영재고 입학생을 배출한 중학교 역시 신목중(12명·양천구), 목운중(10명·양천구), 대청중(8명·강남구), 신천중(8명·송파구), 신서중(7명·양천구), 역삼중(7명·강남구), 휘문중(6명·강남구) 등으로 서울 ‘강남 8학군’과 목동 지역에 몰려 있었다. 경기도의 경우 귀인중(9명·안양 동안구), 수내중(8명·성남 분당구), 평촌중(7명·안양 동안구) 등 순이었다.
서울·경기 지역 외 대부분 영재고도 서울·경기 지역 중학생이 해당 지역 학생보다 많았다. 대전과학고(정원 93명)는 서울·경기 출신 학생들이 70명으로 18명뿐인 대전 학생을 압도했다.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는 121명 중 서울·경기 학생이 절반을 넘는 71명(58.7%)이었다. 해당 지역 학생들이 서울·경기(31명) 지역 출신보다 많은 학교는 광주 소재 중학교를 나온 학생들이 45명인 광주과학고가 유일했다.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과학고(정원 131명)는 서울·경기 지역 출신이 119명(90.8%)이었다. 경기과학고는 126명 정원에 서울·경기 출신이 111명(88.1%)이었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정원 77명)의 인천 출신은 13명뿐인 반면 서울·경기는 63명이었다.
교육 전문가들은 심각한 지역 편중 현상이 영재고 선발 방식에서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지능, 사고력 검사 등 난도 높은 문제를 풀도록 하는 시험에 대비하려면 전문학원에서 철저히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원가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학교 입시에 대비하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렵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현재 영재학교 시험은 전문학원 훈련을 받아야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사람을 테스트하는 게 아니라 학원교육이나 쏟아부은 돈을 테스트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했다.
영재학교 입시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훈현 의원은 “영재의 기준이 특정 지역이나 부(富)가 아닌 개인의 재능과 잠재력에 따라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단독] 부모가 투자한 만큼?… 영재高, ‘사교육 특구’가 휩쓸어
입력 2016-09-2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