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현장' 다녀온 배우 박시은 "루터 아니었으면 면죄부 살 뻔했네요"

입력 2016-09-23 20:59
배우 박시은이 종교개혁으로 순교한 27명의 이름이 적힌 체코 프라하 광장의 '순교기념지'에 헌화하고 있다. CTS 제공
루터가 독일어로 첫 예배를 드린 독일 비텐베르크시립교회를 방문한 모습. CTS 제공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독립운동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크리스천이라고 하면 종교개혁에 대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배우 박시은(36·서울 베이직교회)이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CTS 기독교TV가 특별 기획한 다큐멘터리 ‘루터의 길을 걷다’ 촬영차 종교개혁지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지난 7월 17일부터 30일까지 기독교한국루터회 김동진 목사 등과 독일 스위스 체코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을 돌며 진행을 맡았다.

최근 서울 노량진 CTS 사옥에서 만난 박시은은 “우리가 당연시 드리는 예배와 찬양,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나누는 기도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 순교의 결과라는 것을 그곳에 가서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종교개혁은 마르틴 루터가 1517년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에 반발,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개혁운동을 펼친 것을 말한다. 이 운동은 인류의 구속사적 사건이다. 그 루터의 신앙정신이 오늘날 기독교 예전의 바탕이 되었다. 또 인류의 문학 교육 정치 예술 등의 분야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시대에 태어났는데 만약 목사님이 다른 나라 말로 된 면죄부를 사야 천국에 간다고 했으면 아마 저도 샀을 거예요. 그것이 불의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얼마나 됐을까요. 성도를 향한 긍휼한 마음과 거룩한 분노가 루터를 움직이게 했던 것 같아요.”

루터는 라틴어로 되어 있던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 기독교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독일어로 번역된 성경으로 첫 예배를 드렸을 때를 상상해봤다”며 “벅찬 떨림이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한글로 된 성경으로 어느 때든 예배드리잖아요.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제 스스로를 회개했습니다.”

모태신앙인 박시은은 “크리스천의 터닝포인트가 종교개혁지를 방문한 것이라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결혼”이라고 했다.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를 졸업한 그는 2011년 SBS 드라마 ‘호박꽃 순정’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진태현(35)과 지난해 7월 결혼했다. 신혼여행은 제주도 ‘천사의 집’ 봉사활동으로 대신했다. 그때 만났던 아이들과는 지금도 꾸준히 교제하고 있다.

“결혼하기 전, 태현씨랑 1년 넘게 새벽예배를 드렸어요. 새로운 가정의 시작을 두고 기도로 준비했죠. 해외 선교하듯이 신혼여행을 갈까 고민하다가 한국의 소외된 곳으로 가자고 뜻을 모았죠. 그게 제주도 모슬포 ‘천사의 집’이었어요.”

부부에게 70명의 조카가 생겼다. 그 아이들과 같이 햄버거도 먹고 팥빙수도 먹고 운동도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꿈이 뭔지 ‘이모’하고 ‘삼촌’한테 말 해달라고 해요. 그럼 저희들이 아는 선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죠.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야 ‘천사의 집’에 계속 있을 수 있어서 그 부분에 신경이 많이 쓰여요. 대학을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얻어 당당한 크리스천 사회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죠.”

크리스천 부부로 첫 번째 여행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70여명의 이모와 삼촌이 되는 귀한 열매로 남았다.

“올해도 결혼 1주년을 맞아 아이들을 만나러 갔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걸 보니 저희들이 더 행복하더라고요.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 ‘천사의 집’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요.”

한편 부부는 올해 초 ‘천사의 집’ 한 아이를 서울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 1주일 동안 함께 지냈다. 미술을 하고 싶다던 그 아이와 미술관을 둘러보고 작가와 만나는 자리도 만들었다. “한 아이의 영혼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하나님도 기뻐하실 것 같다”며 “저희 부부가 하나님의 기쁨의 도구로 계속 사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시은은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여인-보보경심 려’에서 해씨부인 역할로 출연했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