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범. 그는 짧지만 영원한 삶을 살았다. 스물여덟.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기에도 버거운 젊은 나이에 타인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기꺼이 버린 그는 의인(義人)이었다. 자신의 작은 이익에 목숨 걸고, 나만 옳다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요즘. 그의 큰 울림을 남기고 그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안씨의 발인이 엄수된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많은 이들이 안씨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빈소를 찾아 그의 희생을 기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오후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내로라하는 여야 정치인들도 빈소에서 머리를 숙였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전날 조문했다. 수많은 국민들도 그의 희생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과연 안씨만큼 정의에 진지했을까? 사람다운 삶에 절실했을까? 말로는 거창하게 정의와 진실을 외쳤지만 안씨처럼 죽음으로 실천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수 임창정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 어떤 사람들도 당신을 많이 닮고 싶어할 겁니다. 우리 아들들도 당신처럼 키우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안씨의 사진을 게재했다
앞서 안씨는 지난 9일 오전 4시20분쯤 자신이 살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나자 잠든 이웃을 적극적으로 대피시켰다. 119에 신고한 뒤 연기 속으로 들어가 이웃집 초인종을 눌렀다. 안씨 덕분에 이 건물에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안씨는 유독가스에 질식해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20일 새벽 숨졌다.
정부와 여당은 ‘초인종 의인(義人)’ 안치범씨를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살신성인’ 큰 울림 남기고 하늘로 떠난 義人… 黨·政 의사자 지정 추진
입력 2016-09-22 18:21 수정 2016-09-23 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