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배터지는 한전 火電 자회사… ‘빈익빈’ 민간 친환경 발전사

입력 2016-09-23 00:01 수정 2016-09-23 01:23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누진제만큼 불합리한 전력 도매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석탄발전소가 대부분인 한전 산하 발전 5개사는 전력을 생산하면 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반면 민간이 운영하는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와 열병합발전소는 돌릴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2011년 9·15 정전사태 이후 민간 발전사들에 LNG발전소 건설을 독려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예상과 달리 전력이 남아돌면서 민간업체 적자가 커지는 데도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전력 도매시장

전력시장은 도매와 소매시장으로 나뉜다.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각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도매가격으로 사들여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전력 소매시장의 병폐였던 누진제는 올해 폭염 덕분에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력 도매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되지 않고 있다. 도매시장의 전력시장가격(SMP)은 하루 전에 예측된 전력 수요와 이에 따른 발전사들의 입찰로 결정된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석탄 등 원자재 가격 인하와 전력 수요가 정부 예상보다 줄어들면서 시장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져 발생했다. 석탄과 원자력 발전소들이 낮은 원가로 입찰해 시장가격을 떨어뜨리면서 원가가 비싼 LNG와 열병합 발전소들이 원가 이하의 가격을 받고 전력을 팔게 된 것이다. 열병합발전소는 주로 LNG를 연료로 신도시 등에 난방을 공급하며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전력도 판매한다. 실제 올해 평균 전력 시장가격은 kwH당 76.42원인데 LNG발전소의 평균 원가는 82.63원이다. 반면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의 원가는 각각 5.4원, 34.7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결과 석탄발전소가 주력인 한전 산하 발전 5개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조7325억원이었지만 민간 열병합발전회사 35개사 중 23개사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한 민간업체 관계자는 22일 “현 전력도매시장은 한마디로 한전의, 한전에 의한, 한전을 위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됐나

정부는 2011년 ‘블랙아웃’ 사태를 겪으면서 전력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리는 데 주력했다. 건설이 빠르고 용이한 LNG발전소를 민간에 지을 것을 유도했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수익이 날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민간기업들이 2012년부터 대거 LNG발전소 건설을 시작해 2013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수요 예측은 빗나갔고 전력은 과잉공급 상태가 됐다. 산업부 전력수급계획상 전력 수요 예측치와 실적을 비교해보면 2013∼2015년 연속으로 예측이 실제 수요보다 많았다. 동절기 기준 예측치와 실적치 차이도 2013년 241만㎾에서 지난해 369만㎾로 증가했다. 전력 수요 증가를 예상해 세웠던 LNG발전소는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LNG발전소는 올 들어 가동률이 50%를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실정이다.

개선의지 없는 정부

LNG발전소는 환경친화적이다. 석탄발전은 LNG에 비해 미세먼지가 1760배 이상 발생한다. 선진국은 열병합발전소 등 LNG 발전을 육성하고 있다. 독일은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에 대해 kwH당 3.1유로센트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반면 우리는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LNG·열병합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을 시장가격의 80% 정도만 쳐주고 있다. 독일은 환경친화적인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에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우리는 페널티를 주는 셈이다.

지난해 산업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을 봐도 정부는 석탄발전을 줄일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40.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석탄발전 비중은 2029년 32.3%로 줄어드는 데 그친다. 2029년 LNG발전 비중 목표치는 그에 못 미치는 24.8%에 불과하다. 서울과기대 유승훈 교수는 “정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은 LNG발전 퇴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는 또 LNG발전소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보조금 형태인 용량요금(CP)을 오는 7월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CP는 15년째 인상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검토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