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피격→ 소요→ 과잉대응→ 또 총격’… 악순환 빠진 美

입력 2016-09-22 18:16 수정 2016-09-23 01:03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샬럿캠퍼스 학생들이 21일(현지시간) 학생회관 바닥에 누워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남부 샬럿시에서 43세 흑인 남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일에 반발해 농성을 벌였다. 샬럿시에서는 일반 시민들도 이틀째 격한 시위를 벌였다. AP뉴시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21일(현지시간) 경찰의 흑인 사살을 규탄하는 시위 도중 한 남성이 폭동진압 경찰 앞에서 흑인 차별의 부당성을 항의하고 있다. 샬럿에서는 전날 43세 흑인 남성이 차 안에 있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시위가 확산되자 주 당국은 샬럿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AP뉴시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시에서 경찰의 흑인 사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과잉대응에 무고한 흑인이 희생되는 일이 끊이지 않아 흑인사회가 집단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팻 매크로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1일(현지시간) 샬럿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경찰의 긴급 요청으로 주 방위군과 고속도로순찰대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전날 흑인 남성 키스 라몬트 스콧(43)이 경찰 총격으로 숨진 사실이 알려진 뒤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 둘째 날 시위는 평화적으로 시작됐다가 폭력 사태로 번졌다. 시위대는 경찰에 벽돌과 물병을 던지고 차량에 불을 질렀다. 쓰레기통에 인화물질을 넣고 불을 붙여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탄 발사로 대응했다. 혼란을 틈타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현금인출기(ATM)를 부수고 돈을 꺼내가는 사람도 있었다. 시위대는 또 현장을 생중계하던 CNN방송 기자에게도 폭행을 가했다.

샬럿시는 시위대 중 1명이 다른 민간인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발표했다가 사망이 아닌 중태라고 정정했다. 경찰 4명도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제니퍼 로버츠 샬럿 시장은 시위가 계속될 경우 통행금지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위를 촉발한 스콧의 죽음에 대해선 경찰과 유족의 주장이 엇갈린다. 유족은 당시 스콧이 비무장 상태로 차 안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총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다른 범죄 용의자를 체포하러 아파트 단지에 갔다가 권총을 든 스콧과 마주쳤고, 그가 총을 내려놓으라는 요구에 불응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도 흑인 남성 테렌스 크러처(40)가 경찰 총격으로 숨졌다. 크러처는 당시 백인 여경의 요구대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자기 차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총에 맞았다.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19일 공개된 직후 수백명이 경찰본부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였다.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으로 흑인사회가 동요하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경찰과 지역사회의 관계개선을 촉구했다. 하지만 두 후보가 강조한 부분은 달랐다. 클린턴은 “경찰에 살해된 미국인 리스트에 크러처와 스콧의 이름이 추가됐다”며 이런 총격이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폭력과 소요 사태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흑인사회 폭력 문제와 관련해 “경찰의 불심검문(stop-and-frisk)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색인종에 집중된다는 비판 때문에 폐지된 불심검문 제도를 되살리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는 “뉴욕에서 불심검문을 시행했을 때 효과가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1990년대부터 시행된 불심검문은 2013년 소수인종 인권을 침해한다는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중단됐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