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분양·입주 대란 공포 속 10월 ‘대단지’ 또 쏟아진다

입력 2016-09-23 00:02

추석 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분양시즌이 시작됐다. 전통적인 가을 분양 성수기인 10월에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5만9000가구가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미분양 주택이 덩달아 늘고 있고 주택경기 호황이 지속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입주대란 공포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22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오는 10월 계획된 분양물량은 총 8만5206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4만7146가구)과 비교해 1.8배 늘었다. 이 가운데 단지규모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분양물량은 5만9598가구로 전체 분양물량의 69.9%를 차지한다. 지난 1월 이후 대단지 분양물량 비중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규모에 걸맞은 부대시설을 갖춰 시세가 높게 형성되는 장점 덕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아파트 규모별 가격 상승률(부동산114 렙스 기준)을 보면 1000∼1499가구 단지의 가격 상승률이 7.4%로 가장 높았다. 1500가구 이상이 7.15%로 뒤를 이었고, 300가구 미만 단지는 3.93%에 불과했다. 단지 규모가 클수록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건설사도 연말연시를 피해 10월 대목에 사활을 걸 방침이라 대단지를 포함한 분양 시장 활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험 요소도 산적해 있다. 미분양 주택 증가가 그중 하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6만3127가구로 전월(5만9999가구)보다 5.2% 늘어났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2월 6만1512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다 지난 5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국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용인이었다. 지난 7월 말 기준 5010가구로 전국 미분양 물량 중 8%를 차지했다. 지방에서는 창원시가 가장 많았다. 두 지역 모두 최근 2∼3년간 아파트 분양이 크게 늘어난 곳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지난 6월 3만6674가구에서 한 달 만에 4만1734가구를 기록해 미분양 물량이 13.8%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공급과잉’ 상태로 보고 있다. 올해 전국 입주물량은 27만9544가구였지만 내년 36만7910가구, 2018년 36만6688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0년 이후 입주물량 평균치인 23만6578가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미분양 물량이 많은 지역의 공포가 퍼지고 있다. 실제로 2007년 당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주택건설업계가 고분양가로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결과 2년 후 수도권에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집값 급락과 입주대란이 불거졌다.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경우 서울보다는 지방에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은 입주대란이 예상되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2만6533가구와 3만759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지난 6년 평균 입주물량(2만8816가구)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올해 2만503가구를 시작으로 내년 2만1493가구, 2018년 1만3016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어 벌써부터 가격 하락세가 완연한 상황이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임병철 책임연구원은 “수도권 지역은 미분양이 감소하고 청약열기도 지속되고 있어 지방 위주의 약세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