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대한항공이 600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한 데 이어 산업은행이 5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전 한진그룹 회장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각각 내놓은 사재 400억원과 100억원, 한진해운이 보유한 현금을 합치면 1700억원 이상이 만들어졌다. 이 돈으로 물류난에 숨통은 트이겠지만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 선적화물 하역 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예비 재원으로 500억원을 지원한다고 22일 밝혔다. 필요한 승인 절차 등은 이번 주 중 완료할 예정이다. 예비 재원은 한진 측이 조성한 자금으로 하역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때 보조적으로 쓰인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화물운송비 등 매출채권에 대한 담보를 산은이 대한항공보다 먼저 취득하는 조건이다. 한진해운은 하역을 무사히 마치고 화주(화물 주인)로부터 대금을 받으면 산은에서 받은 돈부터 갚아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 비용이 아니라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이라며 “화물운송 차질로 초래되는 국가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진해운 물류 차질 문제에 대한 대응은 한진해운 측 책임 아래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전날 저녁 긴급 이사회를 열어 역시 매출채권 담보를 조건으로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키로 의결했다. 지난 10일 자금지원 조건으로 내걸었던 ‘해외 터미널 지분과 대여금 채권 담보’에서 크게 물러선 결정이다. 당시엔 나머지 지분을 가진 해운사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조건이어서 실제 지원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까지 마련된 자금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법원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물류대란 해소에 필요한 금액을 173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돈이면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오도 가도 못하는 화물들을 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화주들이 하역 이후 한진해운을 상대로 운송 지체, 화물 훼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우선은 한진이 맡았던 화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하역 이후 확인된 2, 3차 문제를 두고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무역애로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22일 오전 9시 기준 458곳 469건이다. 신고 화물 금액 가치는 약 1억7000만 달러(1876억원)다. 21일에는 431곳 441건이었다.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피해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한국화주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7일 오후 늦게 산업통상자원부와 합의 하에 문서 양식을 자세하게 추가하면서 긴급 재생산과 거래처를 잃은 경우가 새롭게 포함됐다”며 “공개할 수 없지만 이 비용이 천문학적”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운물류학회장을 지낸 한종길 성결대 물류학부 교수는 “이미 한진해운 회생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시간이 갈수록 돈이 더 드는데 지금은 예측불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해운이 회생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새로 벽돌을 쌓아야 한다”며 “지금 잃은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5년은 걸릴 텐데 만약 올해 안에 시작하지 못하면 30년은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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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허경구 기자 kcw@kmib.co.kr
한진해운 1700억 현금 확보… 회생은 ‘산 넘어 산’
입력 2016-09-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