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의 월스트리트’ 떠나는 금융사 는다

입력 2016-09-23 04:10
여의도를 떠나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발길을 붙들기엔 큰 매력이 없어 보인다.

1982년 이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는 지난 7월부터 본사 이전을 준비해 왔다. 21일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 승인이 나면서 이삿짐을 옮기는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22일 “이미 법무 관련 부서 직원들이 미래에셋증권이 있는 을지로 사옥으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여의도에 32년을 머문 대신증권도 올해 12월 명동으로 이전한다. 황소상과 증시 전광판으로 여의도 증권가의 상징과도 같았던 본사를 떠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신사옥 건물 외관은 다 올라갔고 인테리어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예탁결제원은 이미 2014년 부산으로 이전한 상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체 금투협 회원사 274개 중 41.9%에 불과한 115개만 여의도에 있다. 2009년에도 여의도에 본사를 둔 금투협 회원사는 48.6%로 절반이 채 안 됐지만, 증권산업을 대표하는 옛 대우증권과 대신증권 등이 떠나면서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책을 내놨지만 추세를 돌리긴 역부족이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9월 조례를 만들어 여의도 신규창업 금융사에 자금을 지원키로 했으나 1년을 끌다 이달 개정안을 공포, 지난 20일에야 사업을 공고했다. 이마저 국내는 신규 창업하는 업체만 대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모인 경우가 아니라면 여의도에 가야 하는 이유가 지금으로선 딱히 없는 게 사실”이라며 “탈여의도 추세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강이 품은 모래섬 여의도는 한국 금융계의 상징이다. 1979년 한국거래소가 들어선 이래 증권사와 금융투자사 등 금융업체들이 동여의도에 몰려들어 명실상부한 ‘한국의 월스트리트’를 이뤄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