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영원히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 ”

입력 2016-09-23 00:00
데뷔 50주년을 맞은 배우 윤정희(왼쪽)가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영화배우 윤정희 특별전-스크린, 윤정희라는 색채로 물들다’에 참석해 웃고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구성찬 기자

1967년 강대진 감독의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72)가 연기생활 50주년을 맞았다. 윤정희는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회와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영상자료원은 ‘스크린, 윤정희라는 색채로 물들다’ 타이틀로 그의 대표작 20편을 상영하는 특별전(22일∼10월 2일)을 시네마테크에서 연다.

윤정희는 50년 전 신성일과 호흡을 맞춘 ‘청춘극장’ 속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는 사라졌지만 고희를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곱고 완숙한 모습이었다. 그는 “‘청춘극장’을 50년 만에 다시 볼 수 있어 너무 궁금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250여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청춘극장’을 꼽았다.

“학교 다닐 때 도서관에서 소설 ‘청춘극장’을 빌려서 돌려 읽고는 했는데 어느 날 영화 제작 소식과 함께 여주인공을 뽑는다는 기사가 나서 오디션에 참여하게 됐어요. 운옥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죠. 운 좋게도 1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에 낙점됐으니 얼마나 행복했겠어요. 당시 대종상 신인상까지 받았으니 영원히 잊지 못하죠.”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별로 없었다”고 답한 그는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가족의 도움을 들었다. “남편(피아니스트 백건우)이 영화를 더 좋아해요. 영화 얘기를 주고받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바이올리니스트인 딸(백진희)은 국제영화제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전문가이고요. 둘 다 저에겐 든든한 지원군이죠.”

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붐을 일으켰던 남정임(1945∼1992)과 문희(69)에 대해서는 “너무 바빠서 자주 만나지도 못했는데 세월이 흘러 한 사람은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고 했다. 숱한 작품의 상대역 가운데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가 누구냐는 물음에 그는 “신성일씨가 첫 번째이고, 허장강 선배님은 연기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는 그는 좋은 시나리오에 좋은 스태프만 갖춰진다면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의 이창동 감독과 2010년 칸영화제에 참가한 기억이 새롭다”며 “이 감독이 신작으로 불러 주신다면 1초 만에 날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으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사생활 문제로 곤란을 겪는 경우도 있는데 단단한 의지가 필요해요.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어떤 환경에서도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봐요. 제가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딱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제 나이와 모습에 맞는 배역이라면 영원히 카메라 앞에 설 거예요.”

글=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