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개발도상국 진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사흘 간격으로 중미에서 부상하는 쿠바를 경쟁적으로 방문한다. 양국의 외교전이 동북아를 뛰어넘어 아프리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남미에 이어 중미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일본 NHK방송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쿠바 방문에 돌입했다. 일본 총리의 쿠바 방문은 처음이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나 채무탕감, 일본 기업의 진출을 논의한다. 일본은 1800억엔(약 1조9700억원)에 달하는 쿠바의 대일 채무 중 1200억엔(약 1조3100억원)을 탕감할 방침이다. 또 의료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쿠바 의료인의 일본 연수도 추진한다. 아베는 북한 핵문제와 북한에 피랍된 일본인 문제에 대한 협조를 당부키로 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외교전문매체 ‘더 디플로매트’는 “중국과 일본의 개발도상국 영향력 키우기 경쟁이 이번에는 쿠바에서 열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년 전 방문한 것을 비롯해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쿠바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문으로 미국이 가세했고 이번에 일본까지 뛰어든 것이다. 특히 2014년 7월 열흘 간격으로 시 주석과 아베 총리가 남미 순방에 경쟁적으로 나선 것과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행보를 견제하듯 리 총리도 25∼28일 쿠바를 방문해 경제협력 확대를 논의한다. 2년 전 시 주석 방문에 이어 총리까지 다시 찾는 것도 이례적이다. 중국의 현직 총리의 쿠바 방문도 56년 만이다.
리 총리의 방문에 앞서 아베 총리가 다녀가자 중국도 꽤 신경을 쓰는 눈치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1일자 사설에서 “일부 전문가는 아베 총리의 방문으로 쿠바에서의 중·일 경쟁을 우려한다”면서 “하지만 아베 총리는 지정학적 역학관계까지 고려한 것이 아니라 일본 특유의 경제적 차원의 실용적 방문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국의 글로벌 외교전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달 초 라오스에서 개최된 아세안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와 리 총리는 각종 지원책을 앞다퉈 쏟아내며 ‘동남아 구애’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에도 중국의 영향력이 큰 아프리카를 현직 총리로는 15년 만에 방문해 300억 달러(약 33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시 주석이 아프리카 각국을 돌며 6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것을 의식한 행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쿠바 구애전’… 아베·리커창 ‘선물’ 들고 3일 간격 방문
입력 2016-09-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