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도주 살인범 16년 만에 송환

장의사 부부를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달아났던 살인범이 경찰의 끈질긴 추적으로 16년 만에 붙잡혔다. 경찰청은 2000년 경기도 가평에서 장의사 부부를 살해한 뒤 필리핀으로 도망친 강모(47)씨를 검거해 지난 21일 국내로 송환했다고 22일 밝혔다.

강씨의 공범인 이모(49)씨는 지난 2000년 7월 ‘병원 영안실 운영권을 따주겠다’며 평소 친하게 지내던 장의업자 조모(39·당시 나이)씨 부부를 속여 계약금과 보증금 명목으로 1억1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이씨는 사기 행각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과거 교도소에서 알게 된 강씨와 함께 그해 11월 경기도 가평의 야산에서 조씨 부부를 살해했다. 이씨는 범행 직후 붙잡혀 사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강씨는 수사망을 피해 필리핀 민다나오 카카얀데오로로 밀항한 뒤 이름까지 바꾸고 2001년 세부로 도망쳐 자취를 감췄다.

강씨의 도피 생활은 16년 만에 경찰청에서 파견한 한국인 대상 범죄 전담팀 ‘코리아데스크’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 4월 파견된 심성원 경감은 현지 교민들로부터 강씨가 가명을 사용하며 세부 막탄 지역에서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 경감은 세부에 주재관으로 와있던 이용상 경정과 함께 강씨가 머무르는 세부의 콘도를 확인했다. 이후 지난 8월 5일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과 함께 강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강씨는 “내가 저지른 죗값을 받겠다”며 순순히 잡혔지만 자해를 시도하는 등 불안한 심리 상태를 드러냈다고 한다. 강씨는 한 달간 필리핀 현지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은 후 지난 21일 국내로 송환됐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