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野 의혹 제기에… 朴, 정면돌파

입력 2016-09-23 04:09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부터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박 대통령. 이병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최순실씨 관련 의혹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야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야권의 의혹 제기가 이뤄진 지 이틀 만이다. 구체적으로 재단 및 최씨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최근 연일 계속되는 야권과 언론의 의혹 제기를 정면 반박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들 의혹을 ‘난무하는 비방’ ‘확인되지 않는 폭로’로 규정한 뒤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펼치는 야당이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세력이라는 점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예상 밖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초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이들 의혹 제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야권이 이번 사안을 ‘권력형 비리’로 만들어 이번 국정감사 기간 최대 이슈로 부각시키는 등 총공세를 펼치는 상황인 만큼 조기에 이런 국면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과거 정윤회씨에 이어 부인 최씨까지 또 다른 ‘비선실세’ 의혹에 연루됐고, 이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경우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인 우병우 민정수석에 이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야권이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해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철저한 무시 전략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정면 반박 이후 적극 대응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최근 북핵 등 안보위기를 거론하면서 야당을 다시 한번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을 겨냥해 “일부에선 사드(THAAD) 배치 등 우리 조치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불러왔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며 “이것은 마치 소방서가 있어서 불이 났다고 하는 것 같은 터무니없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또 “대화를 위해 줬던 돈이 결국 지금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야당이 주장한 대북 대화론도 거듭 일축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저는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를 지키는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강조해 왔다”며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스스로 분쟁하는 집은 무너진다고 하면서 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진 피해 현장 방문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을 만들고 있는 것에 비통한 마음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난 20일 경주 지진피해 현장 방문 당시 한 일간지가 박 대통령이 신발에 흙을 묻히지 않기 위해 주민들과 멀리 떨어져 악수한 것처럼 설명한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저는 진심으로 국민들을 걱정하고 국민들을 위해 일하며 남은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 대응체계에 대해선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뜯어고친다는 각오로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안 수석을 내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감찰관실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하거나 알려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안 수석은 이들 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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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