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경하 前 기감 감독회장 “평신도 NCCK 탈퇴 주장 성급… 감리교, 90년 동행 이어가야”

입력 2016-09-22 20:42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을 역임한 신경하 목사가 최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기감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탈퇴를 막아야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을 지낸 신경하(75·서울 아현교회 원로) 목사가 일부 평신도 단체들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탈퇴 주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NCCK에 대해서는 일방통행식 행보를 멈추고 평신도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목사는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NCCK는 감리교단과 장로교단이 뜻을 모아 만든 단체로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의 상징”이라며 “감리교단은 NCCK에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NCCK와 90년 넘게 동행하며 일군 가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며 “NCCK의 대북관 등을 문제 삼으며 탈퇴를 거론하는 건 성급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인천 강화 출신인 신 목사는 서울 도봉교회 우이교회 아현교회 등을 섬기다 2004년 감독회장에 선출돼 4년간 기감을 이끈 교단의 대표적 원로다. 2004년에는 1년간 NCCK 회장을 지냈다.

신 목사는 “NCCK의 행보가 마음에 안 들면 정해진 ‘루트’에 따라 문제제기를 해야지 탈퇴 주장부터 들고 나와서는 안 된다”면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NCCK 탈퇴 주장이 불거진 데에는 NCCK의 잘못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NCCK가 ‘일방통행’의 행보를 걸은 건 사실”이라며 “평신도와의 소통에 소홀했던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목사는 “1년 전부터 교단들이 NCCK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런데 NCCK에서 이런 조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NCCK 의사결정 과정에 평신도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NCCK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목사는 “교단들은 총회를 열면 총대를 목회자와 평신도를 동수(同數)로 구성해 평신도 참여를 유도해내는데 NCCK는 그렇지 못하다”며 “연합기관으로서 교인들의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성직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목사는 조만간 전용재 감독회장을 만나 기감의 NCCK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뜻을 전달할 계획이다. 그는 “감리교단과 NCCK의 고귀한 발자취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교에큐메니컬위원회(위원장 이광섭 목사) 등 교단 내에서 에큐메니컬 운동을 주도해온 목회자들은 평신도 대표들, NCCK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석회의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기감 장로회전국연합회 남선교회전국연합회 여선교회전국연합회 등은 “NCCK가 북한 입장만 대변하는 단체로 전락했다”면서 서명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다음 달 27과 28일 열릴 총회에 NCCK 탈퇴를 건의하거나 결의하는 내용의 안건도 발의할 계획이다. 기감은 NCCK가 조선예수연합공의회(NCC)라는 이름으로 창설된 1924년부터 NCCK를 이끈 주요 교단이었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