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곰 천하, 3번의 재주 넘는다

입력 2016-09-23 00:04

바야흐로 프로야구에서 곰들의 시대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역대 최다승에 통합우승까지 도전하고 있다.

두산은 올 시즌 단 열흘만 빼고 선두 자리를 질주했다. 2위 NC 다이노스와는 무려 10경기 차 이상이나 앞서는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두산이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은 무엇보다 탄탄한 선발진의 힘이 크다.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 장원준으로 이어지는 선발라인은 ‘판타스틱4’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에이스 니퍼트가 21승, 보우덴도 17승, 유희관은 15승, 장원준이 14승을 거뒀다. 선발 네 명이 따낸 승수가 무려 67승이다.

니퍼트는 이미 최소경기(25경기)와 최고령 20승의 대기록을 썼다. 사실상 다승왕과 평균자책점 1위, 승률왕 자리는 니퍼트가 따논 당상이다. 2007년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22승 5패)의 승수도 넘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니퍼트는 남은 경기 중 두 경기 출장이 가능하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38승을 합작해 2007년 다니엘 리오스(22승)와 맷 렌들(12승)이 거둔 34승을 가뿐히 뛰어 넘었다. 여기에 유희관은 구단 좌완 최초 2년 연속 15승 고지에 올랐다. 장원준이 1승만 더 추가한다면 역대 KBO리그 최초 선발 4명 전원 15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르게 된다.

타선에선 두산의 전매특허인 ‘화수분 야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의 약점으로는 타격이 꼽혔다. ‘타격기계’ 김현수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가 나타나 그 공백을 말끔히 지웠다. 바로 김재환이다. 김재환은 현재 타율 0.338, 36홈런, 119타점, 103득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 8위에 홈런 3위, 타점 3위, 득점 7위다. 이 페이스대로 간다면 김재환은 타율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이라는 두산 35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수장 김태형 감독의 ‘형님 리더십’도 한 몫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처음 지휘봉을 잡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그는 특유의 달변과 유머로 살갑게 선수들을 대한다. 하지만 엄격함도 가지고 있다. 팀워크에 저해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는다. 올 시즌 선발 자원인 노경은을 트레이드한 것도 이런 그의 엄격함 때문이었다.

심리적으로는 지난해 우승의 효과가 아주 크다. 그동안 두산은 만년 2위 팀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천신만고 끝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에 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2007년과 2008년에는 SK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고, 2013년과 2014년에는 삼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그렇게 흘러가는 듯 했다. 넥센 히어로즈와 3, 4위 싸움을 하다 간신히 3위가 돼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렀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플레이오프에서 NC를 누른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최강으로 군림했던 삼성마저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 이후부터 두산 선수들은 만년 2인자라는 설움을 완전히 떨치고 자신감을 얻게 됐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이후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가 최고다. 하면 된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올해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그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제 두산에게 남은 것은 21년 만의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이다. 두산은 1995년 전신이었던 OB시절 통합우승을 딱 한 번 경험했다. 그리고 2000년 현대 유니콘스의 최다승 우승 기록도 깰 가능성이 높다. 현대는 당시 91승을 거뒀다. 89승을 기록 중인 두산은 남은 8경기에서 2승만 올려도 최다승 타이를 이루게 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