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벨기에 국립범죄과학·범죄학연구소(NIFC)에서 일어난 폭발로 증거물 수천 점이 훼손돼 테러리스트를 기소하는 데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브뤼셀 NIFC에서 일어난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범죄자·테러범 400여명의 증거 수천 점이 소실됐다고 21일 보도했다. 프랑스·벨기에 테러를 주도했던 15명의 DNA 증거도 사라졌다. 벨기에 사법 당국은 “범죄자 기소력이 심각하게 저해됐다”며 당황해했다. 변호사들은 “DNA 증거가 필요한 많은 사건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벨기에에서 수사연구소가 공격을 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때문에 테러집단이 수사연구 기관을 집중적으로 노려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01년, 2003년 방화를 겪고 재건된 샤를루아 지역 DNA연구소는 지난 3월 세 번째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겐트대학 DNA연구소도 2005년 공격을 받았다. 2013년에는 국가 핵시설에 침입해 핵 관련 장비를 빼돌리는 사건도 발생했고, 올해는 국가 핵무기국의 컴퓨터 시스템이 해킹을 당했다.
브뤼셀 검찰은 법원이 디지털 증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훼손된 증거 대부분은 디지털로 전환돼 저장됐지만 법원은 아직 물리적 증거만 인정한다. 디지털 증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014년 브뤼셀 유대박물관에서 총기난사를 일으킨 메흐디 네무슈, 파리·브뤼셀 테러에 가담한 모하메드 아브리니의 기소도 어려워진다. 벨기에 경찰은 범죄수사연구소 폭발사건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벨기에 연구소에 증거인멸 테러?
입력 2016-09-22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