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재취업 연봉 연연 말고 경력 살려라”

입력 2016-09-22 18:28
A씨(56)는 중견기업의 CEO까지 지냈다가 2014년 말 시장상황의 급변으로 하루아침에 구직자 신세가 됐다. 나이는 쉰을 넘었고, 대기업에 입사해 중견기업 임원까지 지낸 A씨의 높은 ‘스펙’을 감당할 재취업 자리는 별로 없었다. 1년 넘게 구직에 실패한 A씨는 눈높이를 낮춘 끝에 한 중소기업 해외영업팀장으로 재취업했다. 직급은 낮아졌고 연봉도 대기업 신입사원보다 적지만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청년 구직자뿐만 아니라 아직 더 벌어야 하는 중장년 재취업 구직자에게도 구직은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눈높이를 낮추고, 경력과 경험을 최대한 살린다면 틈새를 찾을 수 있다.

A씨의 재취업을 알선한 전경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이하 센터)는 22일 “중장년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추면 재취업 활로가 열린다”고 조언했다. 특히 중장년 구직자들이 희망하는 연봉 수준과 채용 기업이 제시하는 연봉 수준이 3000만원 안팎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급여 수준보다는 공백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경력과 개인의 장점을 접목해 새로운 분야로 ‘환승’하는 방법도 있다. 금융사에서 31년을 재직한 뒤 정년퇴직한 B씨(61)는 평소 ‘강의체질’이라는 말을 들었던 자신의 특기를 살려 재취업에 성공했다. B씨는 ‘산업체 우수강사’(정부 지원으로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서 강연하는 강사)로 지원한 끝에 지방의 한 특성화고의 금융 관련 강사가 됐다. 지난 3월부터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노후설계 상담사로 다시 한번 변신에 성공했다. 센터에 따르면 중장년 재취업 시 과거 경험했던 직무와 다른 미경험 직무에 도전해 성공한 비율도 37.9%에 이른다.

배명한 센터소장은 “퇴직 이후 우왕좌왕하기보다는 ‘1일 1사 지원하기’ 같은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에게 무료로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처럼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