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신의 유홍준(65·사진) 명지대 석좌교수에겐 충남 부여가 제2의 고향이다. 10년 전 부여시 외산면 반교리에 시골집 ‘휴휴당(休休堂)’을 짓고 말 그대로 쉬고 싶을 때 가서 머문다. 그게 인연이 돼 백제와 부여 관련 서화를 모으기 시작했다.
부여군 홍보대사이기도 한 유 교수가 미술품마다 사연이 깃든 자신의 애장품 200여점을 군에 기증했다. 부여문화원은 ‘백제의 향기와 나의 애장품’이라는 제목으로 ‘유홍준 교수 기증 유물전’을 마련해 24일 개막한다.
중국 출장 중인 유 교수는 2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을 부여문화원이 새 건물로 이주하며 기획한 ‘백제의 후예, 오늘의 부여 미술 초대전’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새 공간을 마련했으니 기왕이면 향토에 대한 자랑을 보여줄 수 있는 상설전시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는데, 자체 소장품이 한 점도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답이 돌아왔다. 문화재청장을 지냈던 유 교수는 행정을 해본 경험이 있어 지역문화원의 실정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언젠가 기증할 생각으로 틈틈이 모아온 것이었는데, 마침 떠나보낼 때를 만난 것이지요.”
조선시대 문인으로 드물게 백제를 노래한 이진수의 ‘강광탑영’, 무위당 장일순의 서예작품 ‘금강’ 등 옛 문인의 시와 글씨를 비롯해 운보 김기창 같은 근현대기 서화가의 작품을 망라한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모아온 별도의 애장품과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수록된 작품 등도 함께 전시된다. ‘유홍준 컬렉션’의 애장품은 특히 개화 사상가였던 유길준·김옥균의 글씨, 영친왕의 서예 선생이었던 김규진의 서화 등 개화기 및 근대기 서화에 집중돼 있다. 그는 “우리 근대가 불행한 역사를 걸어왔듯이 근대 서화가들의 작품 역시 불행할 정도로 푸대접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가 그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코너가 마련된 건 답사 관련 서적 4000권을 기증했더니 이용우 부여군수가 “이참에 그 책에 나오는 그림, 글씨, 탁본의 작품들로 함께 전시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민중미술 작가 신학철의 ‘지게’, 강요배의 ‘호박꽃’, 평양역사박물관 자수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12월 31일까지(041-835-3318).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홍보대사’ 유홍준 석좌교수의 부여사랑 개인소장 미술품 200여점 군에 기증
입력 2016-09-22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