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린 직후 농림축산식품부는 혼란에 빠졌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사후 브리핑에서 “농업진흥구역을 농민들 희망을 받아서 그린벨트 해제하듯이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는데 정작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처음 듣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사전에 쌀 수급 안정과 관련된 안건을 여당에 제출했지만 여기에는 농업진흥구역 해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또 농식품부 관계자 누구도 그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농식품부가 김 의장 발언에 당혹한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도 농업진흥지역 해제 정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연내 10만㏊의 농업진흥구역을 해제한다고 밝혔고, 지금까지 약 8만㏊를 해제 조치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2일 “농업진흥구역 해제정책은 규제완화 차원에서 현 정부 들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금도 농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원하면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내에서는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 의장의 개인적 소신이 반영된 것 같다는 반응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개발논리, 농식품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두고 항상 대립해 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우리 농업의 중요 정책이 주무부처와 사전 협의 없이 마치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방향인 것처럼 비쳐졌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제 발언의 본질은 쌀 수급안정을 위한 시장 격리와 소비 진작인데 보완적으로 얘기했던 (농업진흥구역) 부분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농식품부와 사전에 한마디라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야당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냈다고 여당마저 농식품부를 무시해서야 쓰겠는가.
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
[현장기자-이성규] 주무부처 제쳐두고 與 “농업진흥구역 해제”
입력 2016-09-23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