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트래직넘버, 카운트타운이 시작됐다

입력 2016-09-22 18:11 수정 2016-09-23 01:17
앞으로 보름이다. 가을야구로 떠나는 막차 탑승권의 주인이 그 안에 가려진다. 프로야구 하위권 팀들은 포스트시즌 진출의 하한선인 5위를 놓고 복잡한 셈에 들어갔다. 한 번 질 때마다 가을야구에서 멀어져 머릿속은 갈수록 복잡하다. 트래직넘버(Tragic Number). 그 비운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트래직넘버는 그 숫자만큼 패배하면 목표 순위에 도달할 수 없는 패수(敗數)를 의미한다. 우승까지 남은 승수(勝數)를 세는 매직넘버(Magic Number)와 반대 개념이다.

트래직넘버에 도달하면 경쟁자가 전패를 당해도 순위를 뒤집을 수 없다. ‘트래직’이 가진 의미 그대로 이 숫자를 세는 상황 자체가 비극적이다.

포스트시즌의 시작은 4, 5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다. 먼저 2승을 수확한 쪽이 준플레이오프로 넘어간다. 4위는 1승을 미리 갖는다. 한 번만 이겨도 2승이다. 1차전 격전지도 홈구장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에 주어지는 혜택이다. 반면 5위는 패배하면 곧바로 탈락한다. 준플레이오프에 오르려면 2연승을 거둬야 하는 만큼 불리하다.

하지만 이 5위가 하위권 팀들엔 매우 절박하다. 가을야구의 막차에 올라탈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는 다음달 8일 폐막한다. 정규리그 144경기 중 남은 일정은 10경기 안팎이다. 그 안에 5위 KIA 타이거즈(67승1무68패)와 간격을 좁혀야 한다. 다만 KIA가 1승을 쌓을 때마다 하위권 팀들의 트래직넘버는 패배하지 않아도 줄어든다.

6위 SK는 KIA를 3.5경기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6경기를 남기고 중간전적 65승73패를 기록 중이다. SK의 트래직넘버는 ‘4’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앞으로 허용되는 패배는 3회 이하다. KIA가 남은 8경기에서 모두 패배해도 SK는 4패를 당하면 정규리그에서 탈락한다. KIA가 4승을 올리면 SK는 6전 전승을 질주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다. SK는 추석연휴(14∼18일) 전까지만 해도 4위였다. 최근 8연패를 당하면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9위 삼성 라이온즈(59승1무73패)의 트래직넘버도 ‘4’다. SK보다 많은 11경기를 남겼지만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필수조건이 ‘3패 이하’로 같지만 SK는 3승, 삼성은 8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막판 11전 전승의 투혼을 발휘해도 KIA가 3승을 거두면 정규리그에서 시즌을 마친다.

7위 롯데 자이언츠(61승72패)는 트래직넘버가 5개로 가장 많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앞서나간 것은 아니다. 롯데는 남은 11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KIA가 5승을 거두면 가을야구가 무산된다.

8위 한화 이글스(60승3무72패)는 22일 NC 다이노스 경기에서 2대 7로 져 트래직넘버를 ‘3’으로 줄였다. 9년 연속 가을야구 구경꾼 신세에 처했다. 10위 kt 위즈는 이미 트래직넘버를 모두 소진했다. 지난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6대 10으로 져 포스트시즌 탈락을 확정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