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청초하다고 하면 남자는 청수하다고 표현하는데 이 ‘청수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배우가 박해일(사진)이다. 맑고 깨끗한 마스크에 담백한 연기로 순수남의 표상이 된 그는 영화 ‘국화꽃 향기’처럼 애절한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많이 출연했다.
그에게는 우람하고 남자 냄새 풍기는 근육형과는 다른 지적인 매력이 있고 잔잔한 분위기가 있다. 동양화처럼 여백이 있는 얼굴이다. 뚜렷하고 입체적인 이목구비가 아니라 하얀 화선지에 가는 붓으로 찍고 그린 난 잎처럼 평면적이지만 많은걸 담을 수 있는 얼굴. 겉으로 드러내는 표현보다는 안으로 삼키면서 그 감정을 먹물처럼 배어나오게 하는 연기는 애잔하고 슬픈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 그래서 대가 없이 사랑하거나 섬기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청년의 모습을 멜로물에서 많이 보여주었다.
관객들을 많이 불러 모은 영화 ‘덕혜옹주’에서도 박해일은 나라를 사랑하는 한결같은 충심과 덕혜옹주를 연모하지만 표현하지는 못하는 애절한 사랑을 보여줬다.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키는 순정남으로 여성들을 찡하게 만들었다.
박해일과 같은 성경 속 인물이 디모데다. 그는 사도 바울을 끝까지 지키고 도운 청년이었다. 바울이 강한 성격과 불같은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달리 조용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심지를 가진 믿음의 조력자였다.
몸이 약해 병에 잘 걸리는 디모데의 모습은 근육질의 강한 남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외유내강의 전형인 디모데는 약함 때문에 실패한 적은 없는 청년이다. 그의 내적인 힘은 어머니와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믿음에 있다. 그것이 끈기 있는 영적 힘의 근거였다.
작품 속에 비춰진 박해일도 유해보이지만 숨은 힘과 끈기가 느껴지는 배우다.
디모데는 복음을 위해 자신을 바쳤고 박해일은 영화 속에서 나라와 흠모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 너무 이기적인 세상이기에 사람들은 이런 이타적인 사람에게 감동하는 것 같다.
남궁설민 <의사·Back10 치유센터 대표원장>
[남궁설민의 스타미션] 배우 박해일, 화선지에 그린 듯 청수한 얼굴
입력 2016-09-23 18:34